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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詩]러닝머신 / 김분홍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3.12.05|조회수81 목록 댓글 2

러닝머신

​                                                                 김분홍

발자국이 알리바이를 만들고 지나간다

낯선 발자국 위에 발자국을 찍는 발자국

 

가보지 못한 여행지를 설정하고 달린다

가야 할 곳이 궁금할 때마다

길을 펼쳐놓고 한 장 한 장 덧댄다

페이스메이커가 없는 페이스에서

나는 완주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출발에 실패한 것이다

 

속도와 속도 사이에는

목적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등만 보인다

다람쥐처럼

햄스터처럼

거대한 머신 위에서

당신 안엔 또 다른 당신이 달리고 있고

나는 속도를 밀어내며 속도를 쫓아간다

 

출발한 곳을 모르듯이 도착할 곳을 잊어버린 여정

올라서는 순간 7호선이고 내려서는 순간 세종시 버스 안이다

어느 구간에서 속도를 벗어나야 할까?

속도가 속도를 갈아 끼운다

속도가 쓰러진다 나는 그 속도를 밟고 속도를 더한다

 

허기진 날엔 초코파이가 마라톤 완주 메달로 보일 때가 있었다

 

가속도가 붙는다

쓰러진 곳은 언제나 목적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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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Angelcrack | 작성시간 23.12.06 멋진 시입니다.

    달림이 입장에서는
    시를 읽고 나도 달려볼까 하는
    쪼끔은 유혹적인 관점으로
    쓰셨으면

    힘들어도 열심히 달리는
    수 백만 달림이들이
    많이 좋아해 드릴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박오은(소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2.06 우리네 삶도 그렇겠죠.
    종착역까지 움직이고 달려야 하고 …

    연말 연시 마무리 잘 하시고
    특히 밤손님 조심하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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