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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서쪽을 보다/최금녀

작성자이명희|작성시간23.12.09|조회수44 목록 댓글 0

서쪽을 보다/최금녀

 

우리는 동쪽에 있다

 

남편은 늘 동쪽 벽에 기대어 앉아

서쪽 벽을 보고 있다

 

액자 속 인물들은 표정을 바꿀 생각이 없다

40년 된 소철은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다

 

반가운 적이 없는 기억들이

꽃 진 화분에서 기어 나와

틈새를 찾아다니며 핀다

 

르누아르의 여자는 그림 속에서도 르누아르를 사랑한다

꼭 하고 싶은 말은 냉동실에 넣어두고

죽음은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매일

정장 차림으로 날씨를 읽는다

 

서쪽 벽은 늘 춥고 어둡다

바라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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