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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詩]세상 속으로 / 이재무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4.01.15|조회수79 목록 댓글 2

세상 속으로

 

                                       이재무

새롭게 태어난 이가 
새 세상을 연다
내가 새롭지 않으면
산과 언덕, 해와 달과 강,
구름과 바람과 기차
그리고 사랑하는 
당신조차도 낡고 고루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새날을 살기 위하여
새해 첫날은 새롭게
태어나야 하리
새롭게 태어난 이들이여,
세상 속으로 성큼,
걸어가 보자
본래 소리가 없는 물이
흐를 때 
소리를 내는 것은
울퉁불퉁한 
바닥을 만난 탓이니
나를 다녀가는 이가
소리 내지 않도록 

새로이, 마음의 바닥
고르게 하자
새롭게 태어난 이들이여,
더러는 가던 길 문득 멈춰 
고요와 적막이 우거진, 
우리들 미래의 거처
허공을 응시하고 
길가 쭈그려 앉아
돌 틈새 핀 

괭이눈, 애기똥풀에게 
눈을 맞추자
새롭게 태어난 이들이여,
고통이 축복이고 무통이 죽음이라는 역설을 생활로 깨치고
누군가 나를 울지 않는 일 
내일을 위해 오늘을
혹사시키지 
말 것과 모든 이로부터 
상찬받으려 하지 않는 것, 

아침에 태어나 
저녁에 죽는 그늘처럼
죽어야 태어나는 부활의
나날을 살자
새해 첫날 새롭게 태어난 이들이여,
세상 속으로 성큼,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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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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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명희 | 작성시간 24.01.15 상투적이지 않아 좋네요.
    우리 모두 시와 함께 성숙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작성자kimjinyang | 작성시간 24.01.16 '고통이 축복이고 무통이 죽음이라'~~
    역설 중의 역설인데요? ㅎㅎ
    잘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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