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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어느 대나무의 고백 / 복효근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4.02.06|조회수135 목록 댓글 1

어느 대나무의 고백
                                          

                                                                 복 효 근 

늘 푸르다는 것 하나로
내게서 대쪽 같은 선비의 풍모를 읽고 가지만
내 몸 가득 칸칸이 들어찬 어둠 속에
터질 듯한 공허와 회의를 아는가

고백컨대
나는 참새 한 마리의 무게로도 휘청댄다
흰 눈 속에서도 하늘 찌르는 기개를 운운하지만
바람이라도 거세게 불라치면
허리뼈가 뻐개지도록 휜다 흔들린다

제 때에 이냥 베어져서
난세의 죽창이 되어 피 흘리거나
태평성대 향기로운 대피리가 되는,
정수리 깨지고 서늘하게 울려 퍼지는 장군죽비
 
하다못해 세상의 종아리를 후려치는 회초리의 꿈마저
꾸지 않은 것은 아니나
흉흉하게 들려오는 세상의 바람소리에
어둠 속에서 먼저 떨었던 것이다
 
아아, 고백하건대
그놈의 꿈들 때문에 서글픈 나는
생의 맨 끄트머리에나 있다고 하는 그 꽃을 위하여
시들지도 못하고 휘청, 흔들리며, 떨며 다만,
하늘 우러러 견디고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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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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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박오은(소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2.27 꼿꼿한 참나무보다 이리 저리 흔들리는
    대나무의 삶이 필요할 때도 있을지 모른다.
    너무 곧으면 부러지니까 ...

    그래도 정치가는 신을 바꾸어 신으면 안되는 건데,
    그것도 일곱번씩이나 …
    독일 정치가는 정당을 바꾸면 '끝'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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