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환하게 기운 쪽
손택수
대보름 뒷날 택배가 왔다
나물과 부럼과 과일이
부산에서 일산까지 건너왔다
찰밥은 먹었느냐
삐뚤삐뚤한 글씨와 함께
찰밥에 빈속 채우고
찌그러진 사과 한 알 깎는데
사과, 찌그러진 쪽으로 씨앗이 없다
씨앗이 사과를 부풀게 하였구나
씨앗을 먹이기 위해서 사과는
한쪽으로 기우뚱 몸이 무거웠겠구나
씨앗을 놓친 달이 기운다
기운 달이 대보름 젖을 물린다
부산에서 일산까지
택배로 건너온 달
환하게 기운 쪽에서 울컥
찡한 시장기가 치민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