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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사물주의자 김기택 시인의 시 두 편

작성자이명희|작성시간24.04.16|조회수34 목록 댓글 1

꽁치구이/김기택

 

 

젓가락을 대보기도 전에 불길이 먼저

부드러운 혀로 구석구석 꽁치 맛을 본다.

꽁치는 불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위협적으로 입을 벌려 보지만

불은 아랑곳하지 않고 눈과 입까지 핥는다.

간지러운 듯 지느러미를 가늘게 떨고

배를 조금씩 들썩거릴 뿐

꽁치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붉은 혀에서 침이 흘러나와

꽁치에 번들번들 윤기가 흐른다.

게걸스럽게 끓는 침이 사방으로 튄다.

불길이 다 먹고 남은 꽁치

혓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꽁치를

젓가락들이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리고 있다.

 

 

낫/김기택

 

안쪽으로

날이 휘어지고 있다

 

찌르지 못하는

뭉툭한 등을 너에게 보이면서

심장이 있는

안쪽으로 구부러지고 있다

 

팔처럼

날은 뭔가를 껴안으려는 것 같다

푸르고 둥근 줄기

핏줄 다발이 올라가는 목이

그 앞에 있다

 

뜨겁고

물렁한 것이 와락 안겨올 것 같아

날은 몸을 둥글게 말아

웅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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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전재민(테리) 작성시간 24.04.17 김기택의 꽁치구이나 낫에서 우리는 보통 눈으로, 생각으로 생각지 못했던 기발한 눈으로 세상을 보는 관찰력을 봅니다.
    시인에게 있어서 남들과 다른 시선과 관찰력 그리고 관찰을 표현하는 언어의 마술같은 표현은 시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이기고 합니다.
    좋은 시 잘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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