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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꽃이라는 이름을 벗고 / 이 경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4.05.08|조회수43 목록 댓글 0

꽃이라는 이름을 벗고

                                                                           이 경

오랜 침묵을 깨고 나리꽃 피었다

꽃이라는 이름을 벗고 이름의 바깥에 적나라하다

공들여 꽃대를 밀어 올리고

잎으로 꽃봉오리를 받들면서

천천히 꽃 머리를 수그리면서

사라질 것이 분명한 색을 활짝 열어젖히면서

꽃은 많은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은

한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다만 타오르는 중이다

차가운 불

손가락으로 말이 닿을 수 없는 곳을 가리키는 중이다

나리꽃! 부르기 전에 이미 대답하는 너

벙어리처럼 따라 웃는다

세상에는 한마디도 너에게 맞는 말이 없어

벗은 꽃에게 옷 입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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