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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詩]애매와 모호 / 이병진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4.05.23|조회수62 목록 댓글 0

애매와 모호

 

                                                                         이병진

언어는 참 애매하고도 모호합니다

나뭇잎을 푸르다고 말하는 건 애매하고요

연두와 초록, 청록의 경계는 모호합니다

 

선은 무수한 점으로 이루어진 가상이지요

점과 점 사이에는 또 다른 점이 위치하지요

고로 점은 곧 선이라서 애매하고, 경계가 모호하죠

말하자면 점과 선은 애매모호합니다

 

이렇게 프리즘으로 보면 언어의 색은 예민하게 굴절하죠

경계를 찾던 말은 문을 닫아야 할지 모릅니다

 

우리가 까탈스런 애매와 모호 사이에서도 불편하지 않은 것은

색을 구분하는 결핍이 있음에도 그러려니 퉁 치고 사는 것은

당신과 내가 점으로 부대끼면서도 선을 이루는 것은

이해라는 개념으로 담합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광교산은 애매와 모호가 동거 중입니다

점들이 우거져서 곡선입니다

나무와 숲은 서로의 경계를 덮어버렸습니다

 

뭉뚱그려 그냥 푸른 오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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