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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詩]꽃 피는 허리 / 강기영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4.07.16|조회수68 목록 댓글 1

꽃 피는 허리

                                                                     강기영

은조분 할머니 분꽃 화분을 옮기다

삐끗, 힘의 모퉁이 하나 허리에 들었다

아니다, 욱신거리는 분꽃 화분 하나

온전하게 허리에 놓였다

 

꽃을 옮기는 일이

계절뿐인 줄 알았더니

모자라는 힘으로 꽃을 옮기려 했던 일

수십 방의 침을 맞고도 여전히

화무십일홍이다

송송 맺힌 핏방울들은 모두

조금씩 어긋나 있고

허리 한 번 제대로 펴보지 못한

구부정한 죽은 피를 뽑아내고 난 뒤에야

새벽 미사 보러 간다

계절은 어느덧 꽃 지는 화분마다

뻐근했던 여름이 을씨년스럽다

배 아파 피워낸 여름과 봄 그리고

한겨울을 합치면 2남 3녀지만

삐끗, 놓친 초여름 한 철

잊을만하면 허리께에서 운다

 

보이지 않는 아이를

허리춤에 감추고 파스를 부치면

칭얼거리듯 욱신거린다

 

통증이 옮겨붙은 파스는 통통하게 살이 쪄 있고

분꽃 화분은 굽은 그늘을 까맣게 맺지만

허리에 핀 꽃들은 계절이 바뀌어도

활짝 핀 조화처럼 시들지 않는다

은조분 할머니

꽃핀 허리에서 삐끗삐끗

꽃이 또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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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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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박오은(소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16 " 허리께에서 운다."
    나도 이런 적이 몇 번 있는데 ...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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