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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詩]오래된 소파 / 류여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4.08.07|조회수43 목록 댓글 0

오래된 소파

 

                                               류여

여기 빈집이 있네

내 밖의 내가 여기 있네

나는 밖으로 갇혀버렸네

 

네 엉덩이 밑에 잊혀지는 쓸모가 되었네

슬픔의 시간이 침묵으로 절여져 소음과 함께 오래 남아있으나

이름이 없네

 

나는 풍경도 없이 미동도 없이

네가 내게 몸을 부렸듯이

조용하네

벽과 벽을 방이라 했던

네게 기대어 침묵하네

 

아직도 보이지 않는 검은 소파여

내가 없는 곳에 와있는 물체여

그것을 나라고 착각하며 수많은 물상이 되었는가

 

수평이 되는 고요한 시간 나는 껍질만 남은 가부좌네

 

모든 시간이 지나가 버리고 난 뒤에야

이 껍질을 알아볼까

 

나는 이제 나머지 날들이네

위로가 되지 못한 세상에서 기댈 수 있는 저녁이 와서 다행이

 

너는 끝내 내게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이 물상은 허구네

그러므로 나도 덧없는 허구네

 

바라볼 때만 존재하는 먼지들이

지금,

얼굴과 옷에 붙거나 날거나 춤을 추며

날아오네

 

시간의 모양이 허공의 방향을 가르키네

뭉개진 몸은 공중만을 안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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