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가운데
천양희
바람속의 영혼처럼
눈이 날린다
홀로 걷다 돌아보니
나홀로 청년들이 실업에 울고 있다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잠을 청한다 청해도 잠은 안 오고
짙어진 나뭇잎 속에
아슬하게 줄을 치는
거미를 바라보다 중얼거린다
저 줄에도
한 생이 걸려 있구나
나도 그것으로 한 생을 견뎠다
가진 것에 만족하면
행복하다는 말을 믿으면서
행복을 돌돌 말아
너에게 던져줄게
깨어진 뒤에야 완성되는 것
그 거룩을
한 줄로 써서 보내줄게
생의 한가운데는
움푹 패였다는 사실을
사실 그대로
오늘도
어느 곳에선가
뜬구름 잡는 일이 일어나고
다리에 쥐가 난 사람들이 걸어가고
어느날
기러기가 V자를 그리며
낮달을 뚫고 날아간다
그래도
모두가 사라진 것은 아니겠지?
바람속에 얼굴을 묻고
생의 한가운데를 생각한다
아무튼
성자聖者는
시계를 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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