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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詩]생의 한가운데 / 천양희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4.08.24|조회수31 목록 댓글 0

 

생의 한가운데

 

                                                     천양희

 

바람속의 영혼처럼

눈이 날린다

 

홀로 걷다 돌아보니

나홀로 청년들이 실업에 울고 있다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잠을 청한다 청해도 잠은 안 오고

 

짙어진 나뭇잎 속에

아슬하게 줄을 치는

거미를 바라보다 중얼거린다

 

저 줄에도

한 생이 걸려 있구나

 

나도 그것으로 한 생을 견뎠다

 

가진 것에 만족하면

행복하다는 말을 믿으면서

 

행복을 돌돌 말아

너에게 던져줄게

 

깨어진 뒤에야 완성되는 것

그 거룩을

한 줄로 써서 보내줄게

 

생의 한가운데는

움푹 패였다는 사실을

사실 그대로

 

오늘도

어느 곳에선가

뜬구름 잡는 일이 일어나고

다리에 쥐가 난 사람들이 걸어가고

 

어느날

기러기가 V자를 그리며

낮달을 뚫고 날아간다

 

그래도

모두가 사라진 것은 아니겠지?

 

바람속에 얼굴을 묻고

생의 한가운데를 생각한다

 

아무튼

성자聖者는

시계를 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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