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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詩]집의 조건 / 마경덕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4.08.27|조회수36 목록 댓글 0

집의 조건

                                                                           마경덕

평수에도 들지 못한 베란다는

집밖에 서 있었다

거실을 밀치고 맨발로 경계선을 넘은 여자는 한동안 말을 잊었다

집은 번번이

여자를 베란다 구석에 내다버렸다

얼굴이 뭉개진 시간들, 식어버린 카페인과 니코틴, 받침이 빠진 알코올의 밤도

난간에 버려지고

찌그러진 밤이 밟혔다

넓고 아늑한 거실

4인용 식탁

장미가 핀 식탁과 붉은 와인과 달콤한 허밍은 어디로 갔을까

짧은 기억을 붙잡고 집은 오래 버티고 있었다

할퀴고 싶은 날카로운 손톱은

머그잔에 담기고 머그잔은 천천히 그녀를 삼켰다

​어느 날 욕설로 돌아온 방치된 한 가닥 기다림이

부패된 여자를 집어던졌다

이것도 집이야?

집구석이 집이냐고?

누가 누구에게 묻는 질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질서가,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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