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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詩]추석시 모음

작성자강은소(유심화)|작성시간24.09.14|조회수188 목록 댓글 0

추석 / 이성복

   밤하늘 하도 푸르러

   선돌바위 앞에 앉아 밤새도록 빨래나 했으면 좋겠다
   흰 옥양목 쳐대 빨고 나면 누런 삼베 헹구어 빨고

   가슴에 물 한번 끼얹고
   하염없는 자유형으로 지하 고성소까지 왕복했으면 좋겠다

   갔다 와도 또 가고 싶으면 다시 갔다 오지

   여태 살았지만
   언제 살았다는 느낌 한번 들었던가

 

 추석날 / 이남일 

   잘 이룬 차례상을 올리고 
   풍성하게 익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늘보다 높은 날

 

   꿈을 못 이룬들 어떠랴.
   조금 늦어진들 어떠랴.
   꽃향기보다
   언제나 꽃 피우는 시간은 길었다.

   우리는 이루는 것보다
   이루기 위해 살지 않았는가.
   이룬 기쁨보다
   땀 흘린 시간에 감사하는 날 

 

추석 날 아침에 / 황금찬

   고향의 인정이
   밤나무의 추억처럼
   익어갑니다

   어머님은
   송편을 빚고
   가을을 그릇에 담아
   이웃과 동네에
   꽃잎으로 돌리셨지

   대추보다 붉은
   감나무잎이
   어머니의
   추억처럼
   허공에
   지고 있다

 

추석 지나 저녁때 / 나태주

   남의 집 추녀 밑에
   주저앉아 생각는다
   날 저물 때까지

   그때는 할머니가 옆에
   계셨는데
   어머니도 계셨는데
   어머니래도 젊고 이쁜
   어머니가 계셨는데

   그때는 내가 바라보는
   흰 구름은 눈부셨는데
   풀잎에 부서지는 바람은
   속살이 파랗게
   떨리기도 했는데

   사람 많이 다니지 않는
   골목길에 주저앉아 생각는다
   달 떠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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