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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詩]단풍나무 잎 사이로 / 신철규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4.10.22|조회수37 목록 댓글 0

 

단풍나무 잎 사이로

 

                                                                        신철규 

 

낮에도 네 얼굴에는 별이 뜬다

 

단풍나무 잎 사이로 새어드는 빛

잎 뒷면을 밝게 물들인다

춤추는 빛

눈부신 발바닥

 

잎의 앞면은 초록색, 잎의 뒷면은 연두색

손바닥처럼

바깥쪽은 짙고 안쪽은 연하다

 

선명하게 음각된 잎맥들

잎의 뒤에서 보면 꿰맨 자국처럼 우툴두툴하다

 

잎이 바람에 나부낄 때 앞면과 뒷면이 뒤바뀐다

손바닥을 뒤집듯이

 

나선형으로 조여드는 조리개로 빛을 조금씩 줄인다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말이 없다

빛과 그늘의 경계에 대해 생각한다

날개를 접은 새처럼 심장이 고요하게 움직인다

 

당신에게 인사를 하고 하루를 닫고

멀어지는 목소리를 잡으려다 손을 거두고

 

물에 흠뻑 젖어 곤죽이 된 신문지를 손아귀에 넣고 꾹 짜면

검은 물이 배어나온다

손금마다 검은 물이 든다

 

그림자가 사라지는 꿈을 꿨어

꿈속에서 태양을 본 기억이 없다

 

어떤 혼잣말은 조금씩 자신을 늘려가는 나뭇가지처럼

느리게 풀려나온다

내 혀를 말아서 목구멍 속으로 밀어넣고 싶었지만

반도 접히지 않았다

 

팔을 엇갈려 포개고 가슴에 붙인 채

목소리가 끝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에 가라앉고 마는 종이배처럼

 

그늘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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