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 잎 사이로
신철규
낮에도 네 얼굴에는 별이 뜬다
단풍나무 잎 사이로 새어드는 빛
잎 뒷면을 밝게 물들인다
춤추는 빛
눈부신 발바닥
잎의 앞면은 초록색, 잎의 뒷면은 연두색
손바닥처럼
바깥쪽은 짙고 안쪽은 연하다
선명하게 음각된 잎맥들
잎의 뒤에서 보면 꿰맨 자국처럼 우툴두툴하다
잎이 바람에 나부낄 때 앞면과 뒷면이 뒤바뀐다
손바닥을 뒤집듯이
나선형으로 조여드는 조리개로 빛을 조금씩 줄인다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말이 없다
빛과 그늘의 경계에 대해 생각한다
날개를 접은 새처럼 심장이 고요하게 움직인다
당신에게 인사를 하고 하루를 닫고
멀어지는 목소리를 잡으려다 손을 거두고
물에 흠뻑 젖어 곤죽이 된 신문지를 손아귀에 넣고 꾹 짜면
검은 물이 배어나온다
손금마다 검은 물이 든다
그림자가 사라지는 꿈을 꿨어
꿈속에서 태양을 본 기억이 없다
어떤 혼잣말은 조금씩 자신을 늘려가는 나뭇가지처럼
느리게 풀려나온다
내 혀를 말아서 목구멍 속으로 밀어넣고 싶었지만
반도 접히지 않았다
팔을 엇갈려 포개고 가슴에 붙인 채
목소리가 끝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에 가라앉고 마는 종이배처럼
그늘의 빛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