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여행 중이다
배재경
소복소복 흰 눈이 열심히 방아 찧는 밤
나는 배달된 시집들을 만찬 중이다
아내는 데친 푸성귀처럼 잠이 들었다
그녀는 온종일 서성인 발끝의 고단을 품고
달디 단 여행에 들었으리
아내가 떠난 플랫폼의 베개를 바로 세우고
여행 중인 그녀의 이마에 입맞춤을 한다
아내도 어느 여행지에서 나를 만난듯
여보, 사랑해!
그렇게 십여 분 지나 아내는 또 다른 여행지에서 누굴 만났는지
이야아! 이야아!
몸을 뒤척이며 육신에 가해진 불협화음과 소통 중이다
나는 그렇게 눈 오는 밤
보일러 귀뚜라미 소리를 쉬쉬 달래며
아내가 떠난 여행지를 상상하면서
행간을 오르내리는 시집여행 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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