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문학 감상실

[詩]아내는 여행 중이다 / 배재경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4.12.05|조회수30 목록 댓글 0

 

아내는 여행 중이다

                                                                              배재경

소복소복 흰 눈이 열심히 방아 찧는 밤

나는 배달된 시집들을 만찬 중이다

 

아내는 데친 푸성귀처럼 잠이 들었다

 

그녀는 온종일 서성인 발끝의 고단을 품고

달디 단 여행에 들었으리

 

아내가 떠난 플랫폼의 베개를 바로 세우고

여행 중인 그녀의 이마에 입맞춤을 한다

 

아내도 어느 여행지에서 나를 만난듯

 

여보사랑해!

 

그렇게 십여 분 지나 아내는 또 다른 여행지에서 누굴 만났는지

 

이야아이야아!

 

몸을 뒤척이며 육신에 가해진 불협화음과 소통 중이다

 

나는 그렇게 눈 오는 밤

보일러 귀뚜라미 소리를 쉬쉬 달래며

아내가 떠난 여행지를 상상하면서

행간을 오르내리는 시집여행 중이고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