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
신승민
믿음 없이 준 축복은 이별보다 먼저 시들어갑니다 저녁은 왔던 길을 되돌아갈 차례입니다 개들은 눈이 얼어 구름이 일 때까지 이승을 떠돌고 있습니다 비탈마다 꿈결처럼 자라나는 기억의 나무여 잎에 쓰인 한 떨기 그늘은 누구를 향한 언약입니까
가끔 서럽기도 하는지요 당신은 떨쳐낼 수 없는 오해와 미움의 꽃 비밀감옥 속 연기처럼 흐르는 목소리 한 줌 흰 산에 범 울면 남쪽 하늘이 타고 비 적신 무덤 위로 사위어가는 새들의 만장輓章 당신 가고 붉어진 여울은 괴롭지 못해 슬픈 고백입니다
깎자마자 부러지는 연필심들을 모아둡니다 눈물이 모여 체념으로 번지듯 뼈 맺힌 이름을 영원 새긴 별마디에 보냅니다 당신 오시는 그날에 조야한 내 가슴 뻐근해지리니 대지로 밀려드는 용서는 속절없습니다 죄의 바람에도 우리 기어이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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