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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詩]식탁과 유서 / 김숙영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6.06.23|조회수27 목록 댓글 0

 

식탁과 유서

 

                                                                             김숙영 

모서리가 닳아 밑그림이 드러난 식탁

네 개의 다리는 여전히 흔들림 없이 버티고 있지만

나는 더이상 이 자리에 앉지 않는다

 

의자는 마주 보는 사람 없이 오래 앉아 있었고

그릇은 물기마저 잊은 채

냄새를 숨겼다

 

내 안엔 한 끼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냅킨처럼 접어둔 말

반쯤 남긴 감정들

소금처럼 흩어진 질문들

 

한때는 이곳에서 웃음이 오갔고

말을 푸는 사이 국이 식고

눈빛 하나로 반찬의 의미가 바뀌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그 모든 게 적막이 되었다

숟가락도 대화도 나란히 놓인 그릇도

일시 정지처럼 굳어 갔다

 

나는 기필코 이 식탁에 앉아

긴 유서를 한 줄씩 떠올린다

미뤄둔 안녕들

 

이 식탁은 끝끝내 말이 없다

그러나 하루 세 번 세상의 전부를 담았던

작은 무대였음을 안다

 

나는 오늘도 물 한 잔 올려놓고

당신이 앉던 빈자리를 바라본다

식지 않은 여백 그리고 표정

 

여기, 사랑이 남아 있어요, 암시하는데

마지막 문장을 완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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