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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작성자억냥|작성시간26.06.19|조회수9 목록 댓글 0



길처음 길은 물이었다.
말없이 산을 돌아 내려오던 물.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듯 흘러가면서도
지나간 자리에는 얇은 결이 남았다.
사람들은 그 결 위를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이내 그것이 길이라는 듯 익숙하게.
물이 열어 둔 자리 위로
길이 겹쳐졌다.
길은 말이 없었지만
발자국과 숨과 망설임을
지우지 않은 채 이어 붙였다.
서로 다른 방향의 길들이
거미줄처럼 세상을 가로질러도
어느 것도 다른 길을 삼키지는 않았다.
스치고, 멀어지고,
각자의 속도로 흘러갈 뿐이었다.
지금도 나는 그 위에 서 있다.
발밑의 시간은 조용히 겹쳐지고,
멀리서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길 하나가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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