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려고
왜 그리 웃는가
들판을 건너온 바람이
풀잎 하나 건드려 놓고
모른 척 지나가듯
당신은 그렇게 웃는다
그 웃음 하나에
반듯하던 하루가
슬며시 방향을 틀고
무심히 건넨 한마디는
우물 속 오래 가라앉아 있던 하늘까지
흔들어 놓는다
어쩔려고
저녁이 문턱에 걸릴 무렵이면
지워도 번지는 노을 대신
당신의 기척이 스며들고
잠들지 못한 창가에는
이름 모를 별 하나가
밤새 자리를 옮긴다
어쩔려고
한 사람의 적막 속에 들어와
철도 모르고 피어나는 꽃 한 송이
심어 놓고
어쩔려고
다 잊었다고 믿었던 길들까지
환히 드러내는가
비 오는 날이면
빗방울 몇 개로도
세상은 젖는다
한 번 스민 온기는
보이지 않는 곳부터
천천히 번져
끝내
가장 낮은 자리까지 닿는다
오늘
건네지 못한 말은
입안에서 끝내 말을 이루지 못하고
당신 쪽으로
그림자처럼
기울어져 간다
정말
어쩔려고
그 웃음 하나로
고요히 놓여 있던 내 생의 풍경을
이토록 무너뜨리고
아무 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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