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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어쩔려고

작성자억냥|작성시간26.06.19|조회수8 목록 댓글 0

어쩔려고

왜 그리 웃는가

들판을 건너온 바람이
풀잎 하나 건드려 놓고
모른 척 지나가듯

당신은 그렇게 웃는다

그 웃음 하나에

반듯하던 하루가
슬며시 방향을 틀고

무심히 건넨 한마디는

우물 속 오래 가라앉아 있던 하늘까지
흔들어 놓는다

어쩔려고

저녁이 문턱에 걸릴 무렵이면

지워도 번지는 노을 대신
당신의 기척이 스며들고

잠들지 못한 창가에는
이름 모를 별 하나가
밤새 자리를 옮긴다

어쩔려고

한 사람의 적막 속에 들어와

철도 모르고 피어나는 꽃 한 송이
심어 놓고

어쩔려고

다 잊었다고 믿었던 길들까지
환히 드러내는가

비 오는 날이면

빗방울 몇 개로도
세상은 젖는다

한 번 스민 온기는

보이지 않는 곳부터
천천히 번져

끝내

가장 낮은 자리까지 닿는다

오늘

건네지 못한 말은
입안에서 끝내 말을 이루지 못하고

당신 쪽으로

그림자처럼
기울어져 간다

정말

어쩔려고

그 웃음 하나로

고요히 놓여 있던 내 생의 풍경을

이토록 무너뜨리고

아무 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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