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머무는 자리
골목 끝 녹슨 우편함이
한낮에도 가끔
혼자 울릴 때가 있다
폐선된 철길 위에
먼지가 먼저 눕고
불 꺼진 창가에는
그림자 하나
늦게까지 남아 있다
그때마다
골목 어귀 신문 한 장이
밤새 접혀 있던 면을 펼친다
나는 살아오며
끝내 부치지 못한 편지 몇 장
마음속에 접어 둔 채
계절 몇 번을 건너왔는지도
건네지 못한 말들은
주소를 잃어버린 편지처럼
내 안의 먼 길을
서성이고 있었으리라
오래 잠겨 있던 우편함 하나가
문득 안에서
오래된 소리를 꺼내 놓을 때면
폐선된 철길 위로
이름 모를 풀 한 포기
바람도 없이 먼저 흔들린다
나는 그 까닭을
아직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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