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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바람이 머무는 자리

작성자억냥|작성시간26.06.19|조회수8 목록 댓글 0

바람이 머무는 자리


골목 끝 녹슨 우편함이

한낮에도 가끔
혼자 울릴 때가 있다

폐선된 철길 위에
먼지가 먼저 눕고

불 꺼진 창가에는

그림자 하나

늦게까지 남아 있다

그때마다

골목 어귀 신문 한 장이

밤새 접혀 있던 면을 펼친다

나는 살아오며

끝내 부치지 못한 편지 몇 장
마음속에 접어 둔 채

계절 몇 번을 건너왔는지도

건네지 못한 말들은

주소를 잃어버린 편지처럼

내 안의 먼 길을
서성이고 있었으리라

오래 잠겨 있던 우편함 하나가

문득 안에서

오래된 소리를 꺼내 놓을 때면

폐선된 철길 위로

이름 모를 풀 한 포기

바람도 없이 먼저 흔들린다

나는 그 까닭을

아직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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