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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사랑은 패배하지 않는 언어] 심재영

작성자海棠花 河京鎬|작성시간26.06.16|조회수1 목록 댓글 0

사랑은 패배하지 않는 언어

                                          심재영

 

세상은 해마다 조금 더 추운 쪽으로 기울어진다.

겨울은 도시의 창문마다

조용히 자리를 늘려 가고,

사람들은 주머니 속에

체온 대신 비밀번호를 넣고 다닌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인사보다 침묵이 더 익숙해지고,

수많은 길이 서로를 향해 뻗어 있으나

마음은 종종 제 방 안에서 길을 잃는다.

 

세상은 자주

강한 것이 이긴다고 말한다.

더 빨리 달리는 사람,

더 높이 쌓아 올리는 사람,

더 많이 차지하는 사람이

승자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사랑은

그런 경기의 규칙을 배우지 않았다.

사랑은 높은 곳에 오르기보다

낮은 곳을 먼저 바라보고,

앞서가기보다

뒤처진 사람 곁에 걸음을 맞춘다.

 

사랑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비 오는 날

젖은 어깨 하나를 위해

우산을 조금 더 기울이는 마음이고,

깊은 슬픔에 잠긴 사람 곁에서

아무 말 없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의자다.

 

세상은 여러 번

사랑이 졌다고 선언한다.

미움이 목소리를 높일 때,

거짓이 진실보다 먼저 달려갈 때,

욕심이 양심을 밀어낼 때마다

사람들은 사랑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랑은 안다.

햇빛은 어둠과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그저 비추는 일로 어둠을 물러나게 한다는 것을.

샘물은 바위를 무너뜨리려 하지 않지만

멈추지 않는 흐름으로

끝내 길을 만든다는 것을.

 

그래서 사랑은

오늘도 조용히 자기 일을 한다.

상처 입은 마음에 붕대를 감고,

잊힌 이름을 다시 불러 주고,

용서가 필요한 곳에

먼저 손을 내민다.

세상이 아무리 삭막해져도

사랑은 패배하지 않는다.

 

사랑은 세상을 이기려 하지 않기에

세상에게 지지도 않는다.

 

그저 사람의 마음속에서

가장 늦게 꺼지는 불빛으로 남아

추운 밤을 건너는 이들의 길을 밝히고,

새벽이 오기 전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도

내일을 포기하지 않는

한 줄의 따뜻한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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