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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논평

[진성성이 만만해 ???, 두 길 뿐이다 !!...] 뱅모. 박성현 -

작성자엔젤라|작성시간18.01.01|조회수372 목록 댓글 1

[진정성이 만만해?]

'진정'(眞情)과 '진정성'(authentic 혹은 authenticity, 眞正性)은 아무 관계가 없다. 한자부터 다르다. '진정'은 [절실하고 애틋한 마음]이란 뜻이고 [authentic, 오쎈틱]은 사람 됨됨이가 '개성 강하고 유니크한 캐릭터'라는 의미다. 일본 인문학자들이 [authentic]을 번역할 때 '진정성'(신세이세이)라고 오역했다.

오역? 그렇다. 오역이다. 진정성(신세이세이)에는 '바를 정'(正)이 들어간다. 일본인들은 'authentic'을 '참으로 바른 것'쯤으로 번역한 셈이다. 한국 인문학자들은 이에 대해 아무런 의심을 품지않고 고스란히 땡겨다 썼다.

이런 예는 많다.

예를 들어 카프카의 대표작 'The Process'는 '재판 과정' 혹은 '심리'라고 번역해야 하는데, '심판'이 되고 말았다. 일본인들이 '심판'이라 번역했기에 한국 지식인들도 '심판'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 책 어디에도 '심판'이 없다. 무의미하고 지리하게 재판정에 끌려 다니는 과정만 있을 뿐. 법률적 심판에 의해 처벌당하는 게 아니라, 어느날 들이닥친 검정 가죽잠바들에 의해 끌려나가 가슴에 칼이 박혀 죽인다. 재판과정(심리) 자체가 무의미한 세상..... (이런 세상에서는, 박대통령처럼 재판을 거부하는 게 맞다. 카프카가 박대통령을 알았더라면, 주인공의 인생 결말은, 재판을 거부하며 개기다가 끌려나가 죽임 당하는 것으로 설정됐을 게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단테의 'The Divine Comedy'. 일본인들은 이를 '신곡'이라 번역했다. 일본의 영향을 깊게 받은 한국 지식인들도 '신곡'이라 이름했다. 실은 '신의 코메디' 혹은 '신이 안배한 해피엔딩'이란 뜻이다. 당시 '코메디'는 요즘과 같은 뜻이 아니라 '해피엔딩'을 의미했었다. 단테가 이 작품에서 발신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하나님이 치부책 만들어서 지옥으로 보낼 지, 천당으로 보낼 지 결정하는 존재라고? 웃기지 마. 창조주가 하릴 없다고 그런 쫌팽이 같은 짓을 저지를 리 없잖아! 지옥은 [불길과 고통 속에서 정화되는 과정]일 뿐이야. 그래... 하나님은 해피엔딩(코메디)을 안배하신 거야....지옥에조차 들어오지 못 하고 영원히 아케론 강변에서 우왕자왕하며 구더기처럼 몰려다는 존재들이야말로 가장 가련한 영혼들이지...." (아케론 강은, 이승과 지옥을 구분짓는 강이다..)

단테의 이 메시지만 보고, 단테를 '주일학교 교장' 쯤 되는 인물로 오해하면 안 된다. '신의코메디'는 피렌체 이탈리아어로, 2만 행이 넘는 전체를 11음절로 만든, 거대한 서사시다. 이 엄청난 문학 구조체 곳곳에는 인생과 신앙에 대한 심오한 통찰이 밤하늘의 별처럼 수놓아져 있다. 이 작품을 제대로 읽으려면, 14세기 피렌체 이탈리아어 (Florentine Italian)을 공부하는 길 밖엔 없다. ....

일본인들은 단테의 발바닥에 미치지도 못 한 정신세계로, 이 작품의 제목을 '신곡'이라 오역했다...

한국인들은 정신대 운운하며 분기탱천할 줄만 알 뿐, 일본인들의 오역 프레임 안에 제발로 기어들어가 갇히고 말았다. [한반도 사람들은 일제/일본을 통해 현대문명 속으로 끌려들어갔기 때문이다.] (==> 이런 말 하면 '악질적 <식민지 근대화론자>라고 낙인 찍힌다.)

욕을 바가지로 처먹든 말든 진실은 진실이다. 우리 선배세대가 일제/일본에 의해 현대문명 속으로 휘감겨 들어갔다는 사실을 직시했을 때 비로소 [일본인들은 현대문명을 어떻게 해석했을까?]라는 주제를 고민하게 된다. 그들의 해석*소화 프레임을 이해해야, 우리에게 박혀 있는 [일본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일본인들이 현대문명을 어떻게 (정확하게 혹은 엉터리로) 소화*흡수했나?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무지한 채, 오직 정신대에 관해서만 분기탱천 쇼 부리면서 친일파 드립치면 장땡인가? 웃기는 짜장들이다.

일본인들이 현대문명을 소화*흡수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치명적 한계 중 하나는, 예를 들어, [국민, 국민국가]에 초점을 맞추었을 뿐, [개인, 시민사회]에는 무감각했던 점이다. 그들에게 [현대문명]은 [부국강병 국민국가의 형성]이었을 뿐, [독립적인 맹렬 개인들의 탄생 및 , 그들에 의한 사회/국가 형성]이 아니었다... 이같은 일본인들의 한계는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이식됐다. 우리도 일본인들과 똑같은 한계 속에 머물러 왔다..

[독립적 개인들이 각성해서 네트워킹 될 때에만 자유민주 공화국을 일구어 낼 수 있다]라는 [자유민주주의를 형성시켜주는 깨달음]은, 태극기 물결 이후에야 조금씩 생겨나고 있을 뿐이다...

다시 '오쎈틱(authentic, 일본 번역어 '진정성')으로 되돌아 가자. 일본인들은 '바를 정'(正)으로 해석해서 '신세이세이'( 眞正性)라 번역했지만 '오쎈틱'의 차원에서는,
바르다/악하다라는 구분이 무의미하다. 연쇄살인범이라도 그 캐릭터가 유니크하고 개성 강하다면 '오쎈틱한 인물'이다. 오쎈틱의 본질은, [개인의 유니크함]일 뿐, 바르냐/악하냐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문명은 사납고 맹렬한 개인을 만들어낸다. 대가족이 해체되고 마을 공동체가 약화됐다는 배경 아래, [시장 속에서 자기 책임 아래 아등 바등 살아가는 인간]을 생성시킨다. 현대문명을 살아가는 [나]는 [세상으로부터 분리된 존재]이며 [삶에 대해 낯설어 하는 존재]이다. 세상과의 유대가 약화되었고, 삶 자체를 낯설게 느끼는 자는 본질적으로 무도덕(amoral)하다..

다시, 일본인의 정신세계를 살펴 보자. 일본의 멋쟁이 지식인 미사마 유키오... 그의 정치관은 촌스럽기 짝이 없으며, 할복 자살은 더 없이 우스꽝스런 발악이었지만 그는 1970년대 초반, '지극한 멋을 부릴 줄 아는' 스타일리스트였다. 이같은 멋쟁이였음에도 그의 수필집 제목은 '부도덕(immoral) 교양강좌'이다. 이게 일본인의 한계 아닐까?

부도덕(immoral)은 무도덕(amoral)과 사뭇 다르다.

부도덕은 '도덕의 존재'를 전제한다. 무도덕은 '도덕 개념 자체가 허구'라고 전제한다.

세상과 분리된 자, 삶 자체를 낯설어하는 자는, (어떤 종류의 것이든) 도덕 자체를 인정하지 못 한다. 무도덕하다... 본능적인 측은지심과, 형법 코드에 대한 존중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채] 살 뿐이다. 측은지심이 증발하고, 형법 코드를 우습게 알면, 곧바로 싸이코패쓰가 될 수 있는 존재다.

사납고 맹렬한 개인의 출발점은 [무도덕의 지평]이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일베에 대해 [인륜 도덕을 무시하는 자들의 게시판]이라고 도덕군자다운 분기탱천을 폭발시켰을 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으래? 그러는 너는? 도덕관념으로 중무장한 존재구나! 응, 그래, 나는 네가 위선적인지 도덕적인지 관심없거든? 왜냐고? 세상과 분리된 사납고 맹렬한 개인은 [일체의 도덕률을 인정할 수 없는 지평]에서 뒹굴기 때문이야..그 지평이 개인의 출발점이야... 너는 아직 개인이 되본적 없는 거야... 어렸을 땐 가족의 멤버였고, 대학때엔 전대협의 멤버였고, 나이 들어서는 진보진영의 멤버였고, 지금은 [국회의원 뱃지 이너써클 멤버]이지... 이 멤버됨을 모조리 제거하면, 너에게 뭐가 남니? 내가 키우는 풍산 잡종만도 못 한 존재아니야? 공허하기만 한 허깨비...그게 바로 너의 실존 아니야?"

'오쎈틱'은 [세상과 분리된 상처](---'어머니와 분리될 때 남은 상처인 배꼽'에 다름 아니다)가 뚜렷한 상황이다. 아물지 못 하고 계속 피를 흘리는 상태....

이 때문에 [삶 자체를 한 없이 낯설어 하는 상태] (머뭇거림)가 된다...

[분리의 상처]와 [낯설어 머뭇거림]을 뚜렷이 간직한 채 살아가는 [개인]의 특성이 바로 '오쎈틱'이다. 일본인들에겐, 이같은 [개인적인, 너무나 개인적인] 심리상태 자체를 깊게 파고 들지 못 하는 증상이 있는 것 아닐까? 그래서 '오쎈틱'을 '바르다/도덕적이다'라는 함의를 가진 말---진정성(신세이세이, 眞正性)이라 오역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 대한민국의 깡무식한 인문학자들은 이 오역어를 버젓이 가져다 쓰고...

'바름'은 '진지함'이다. 이는 오쎈틱이 아니라 씬쎄리티(sincerity)다. 바른, 너무나 바른 생활 아저씨의 태도가 바로 씬쎄리티이다.

현대문명은 [유니크한 개인이 되면, 빼딱해지기 십상이고, 바른 생활 아저씨/아가씨가 되면 개성이 없어지기 십상]인 세상이다. 오쎈틱과 씬쎄리티가 서로 배척하는 상태... 무도덕을 향한 중력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세상...

그러나 [무도덕의 지평]은 종착점이 아니다. 그것이 종착점이라 주장하면서, 세상을 흔들고 빠개버리자고 날뛰는 자들이 바로, 프랑스 스타일 좌파 포스트모더니즘이다. 그런 자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넌, 평생 아무 것도 창조하지 못 해...넌, 불임이야... 출발점을 종착점으로 삼아서 그냥 퍼질러 주저앉았기 때문이지. 발음도 근사한 프랑스 단어 몇 개 주어 섬기면 쉬크하고 개념있는 포스트모던 개인인 거 같아? 그건 참된 개인이 아니야...되다만 개인, 그래서 썩어버린 개인이지.."

무도덕의 지평에서 출발해서 [나만의 유니크한 도덕률을 선택해서, 그 도덕률에 충심을 바치는 상태]로 나아가야 한다. 다음 세가지 물음에 대해 생각해 보자...

(1) 이 무도덕의 지평에서, [나만의 도덕률/원칙]을 세우는 것은 무엇을 위함인가?

그런 것을 세워서 지켜나가면 무엇이 좋아지는 걸까?

솔직해지자. [쓸모/효용을 노리고 도덕률/원칙을 세우는 것]이 아니다. 구역질 나서 세운다. 경멸스러워서 세운다. 별 개생양아치 같은 년/놈들이 꼴값 떠는 꼬라지, 혹은 멀쩡한 듯한 사람들조차 폭도가 되어 야비하게 날뛰는 꼬라지가 구역질나서, [도덕률과 원칙]을 세운다.

(2) 각자 [나만의 도덕률/원칙]을 세운 사람들 사이에 공통지평이 존재하게 되는, 그런 종류의 도덕률/원칙이 있을까?

나와 네가 온전히 각자의 유니크한 도덕률/원칙을 세웠음에도, 그 도덕률/원칙이 본질적으로 동일할 수 있을까? 그런 특성을 가진 도덕률/원칙이 존재할까?

'진실존중(intellectual integrity)'이 바로 그 도덕률/원칙이다.내 관점의 진실과, 네 관점의 진실이 다르기 때문에, 나와 네가 '진실존중'이라는 도덕률을 공유한다고 해도, 각자의 도덕률은 뉴앙스가 달라진다.

그러나 뉴앙스가 다르다 해도, [진실존중]이라는 '큰 길'을 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지' 혹은 '동료 여행자'임에 틀림없다.


(3) 내가 선택한 도덕률/원칙이 나의 캐릭터, 지혜, 힘을 나날이 강화시켜주는, 그런 종류의 도덕률/원칙이 있을까?

'진실존중(intellectual integrity)'이 바로 그 도덕률/원칙이다.진실은 [확정된 정보/지식]이 아니라 [보다 진실된 것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과정]이다. 현대과학이 발전하는 과정과 동일하다.. 과학 정보와 지식이 진실인 것이 아니라, 과학 프로세스와 방법론 자체가 진실이다. ...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관념, 개념 전체를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존 관념의 유효성이 성립하는 문맥/한계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어 뉴튼 물리학이 깨졌다고 해도, 완전히 폐기처분되는 게 아니다. 뉴튼 물리학을 적용할 수 있는 문맥이 밝혀진 것 뿐이다. 이 문맥을 벗어나는 이슈에 대해서는 더 이상 적용하지 않게 된 것 뿐이다.

어제 [세상 모든 것에 적용되는 것으로 보였던 진실]은 오늘 [제한된 문맥 속의 진실]로 격하된다. 이 제한, 이 문맥을 깨닫게 될 때 우리의 정신은 한층 더 높은 차원으로 확대된다.

나의 이해관계와 처지와 입장은 끊임없이 나를 '편견' 내지 '인지오류'를 향해 밀어내지만 이런 저런 계기를 통해, 기존 관점을 넘어서는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인생은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이 넘어서기를 통해서 나는 '또 다른 나'로 강화되어 간다.

*****************

짦게 말하자...

무도덕의 지평에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구역질 때문에) 진실존중을 '나만의 도덕률/원칙'으로 선택해서.... [진실을 위해, 나의 입장, 관점,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모험]을 택할 것인가?

삶의 양상은 다양하지만 삶에 대한 태도는 두 가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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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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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지킴이 | 작성시간 18.01.01 글이 중복되어 있습니다. 복사할때 중복되었나 봅니다.
    왠지 편가르기 하면서 서로 적대시 하는 분위기를 말하고자 한것 같습니다. 몇번 더 읽어 봐야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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