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주자는 그 흔한 말>
힘을 모아 정치인을 응원하자는 메시지들을 자주 본다.
못 하면 그 때 심판하면 되니까, 지금같이 중헌 시기에는 토달지 말고 그들의 행보를 지지'해 주자’는 말이다.
우파 지지층 내부의 단결, 보수대통합을 요구하는 많은 메신저들의 간절한 호소를 아프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만족스럽진 않겠지만 일단 ~해 주자’라는 클리셰가 과연 우리 처지에 적절한 발화인지는 의심한다. 이것이 야기하는 기대효과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1. 우선 주도권이 나 또는 ‘우리’라는 불특정 다수의 공동체에게 있다고 믿게 만들고
2. ‘주인의식’을 자극함으로써 나 또는 불특정 다수(유권자)의 양보를 이끌어내며
3. 결과적으로 객체(국개)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면서
4. 실질적으로 주도권을 이용당한 주체들에게 민주사회에 기여한 것 같은 착각을 심어주고
5. 주체(유권자)는 바지사장하고, 객체(국개)가 꿀빠는 이 구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주체의 각성을 요구하는 이들을 싸잡아 민주의 적으로 공격하는 구도를 만들어
6. 객체는 강건너 불구경하고, 한 표 말고 가진 것 없는 주체들끼리 진흙탕개싸움 벌이게 만드는 루틴을 거듭하게 한다.
계속 되면 그 피로감으로 국개를 견제하는 유권자의 깨인 안목이 일시에 소거되고, 믿어주자는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이 겸연쩍어 입을 다무는 사이 그 나물에 그 밥만 남은 이들이 홰쳐대는 걸 막지 못하는 불상사를 범할지 모른다.
나도 응원을 상당히 좋아한다.
아이돌 가수를 응원하고 롯데, 삼성을 응원한다.
그들의 선전이 내 삶의 활력을 부여하지만 십원 한 장 요구하는 법이 없으며,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그들 스스로 발전하다가 언젠가 내리막을 걷게 되더라도 그것으로 내 삶이 공멸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저히, 정치인을 응원할 수는 없다.
시장통에 입천정 데어가며 오뎅먹고, 자갈치 아지매 등 두드려주고, 소외층과 만남에서 즙짜는 시늉하고, ‘서민의 자식’임을 어필하며 눈먼 표 도리질 해가놓고 국개감투 쓴 순간 거액의 업무추진비에 벌렬한 보좌관 호위받고, 모든 교통수단 일등석 업그레이드 특전, 관용차량 주차위반 밥먹듯해도 되고, 지역 사회에서 골프접대 받아가며 왕노릇을 하는 게 그들의 양태다.
국회 출석 해도 되고 안해도 되고 가면 졸아도 되고 야동봐도 되고 자개장 팔아도 된다.
이 좋은 걸 혼자만 하긴 무섭고 한 번만 하는 것도 아까우니까 패거리 둥개둥개 만들어서 서로 카르텔 짜고, 라인 타려고 발악을 해도 ‘정치행위’라는 말장난으로 비껴간다.
대의민주의 아이돌인 그 탐욕스런 군상들은 우리의 응원을 먹고 자라날 새싹이 아니라, 그릇된 행보에 대해 우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할 대리자이지만 유리할 땐 귓구멍 쳐막고 고개 빳빳이 들고, 불리할땐 어느 구석에 짜져있다가 도와달라고 지랄한다.
우리가 그들을 응원할 게 아니라 그들이 우릴 응원해야하건만 번번이 직무를 유기하고 뻔뻔히 기어나온다.
그러니까, 우리의 주인의식이 빛나려면 그들을 믿어줄 게 아니라, 그들의 성과를 획책해야하고, 그들은 그걸 우리에게 증명해야하며, 우리는 판단해야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 입법기관은 자신의 무능과 부도덕과 불성실에 대해 각종 면책특권으로 요리조리 피해가는 와중에, 의심 안하고 그저 믿어주고, 그저 응원한 가련한 내 삶은 공생공멸은 커녕 홀로 피폐해지다 씹창이 날 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나는 정치인을 응원할 수도 없고, 응원할 생각도 없다.
지금 필요한 건 정치인이 아니라 믿고 따를 지도자다.
그리고 믿고 따를 지도자를 갖고 싶으면 이 험한 시기 어느 때보다 부지런히 지도자워너비들, 정치꾼들을 검증해야한다.
이건 분탕이 아니라 우리의 의무이고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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