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 온 더 락 고선경 칵테일 같은 연애를 하고 싶었어 아찔한 빛깔로 열린 열매의 내부에서 폭죽이 터지듯이 들숨과 날숨이 환하게 뒤섞이듯이 내가 여기까지 적었을 때 너는 물었지 이런 시를 쓰는 게 부끄럽지도 않니? 밖에 나가 말괄량이인 척하는 것은? 부끄럽지 않은 욕망이란 뭘까 복숭아 통조림 속 찰랑거리는 설탕물 같은 것 오늘은 비가 많이 내렸고 우산을 써도 흠뻑 젖었다 매끄럽게 빛나는 팔과 종아리, 습기가 습기를 거느리는 계절에 끈적이는 사랑만을 원했던 것은 아니야 사랑당하는 존재의 당혹까지도 원했다 이런 시는 부드럽게 느껴지니? 부드러운 욕망이란 무엇이겠니? 말괄량이란 천진보다 순진에 가까운 것, 장화도 신지 않고 물웅덩이를 밟는 얄미움 나는 느껴 껍질이 두꺼운 열매를 짓이기고 난 다음의 감정, 그것이 이루는 웅덩이가 저절로 가지게 되는 반짝임, 밟아서 깨부수고 싶지 맡아봐 데킬라 선라이즈의 씁쓸한 오렌지 향기, 미도리사워는 잘 익은 멜론을 쪼갠 듯한 빛깔로 흥건한데 이거 다 사랑일까 말괄량이 아가씨야 너는 너의 내부에만 틀어박혀 모래성을 쌓지 설탕물을 부어줄게 구멍을 열고 나와 모여드는 개미들에게 들끓는 법을 배우고 너는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시는 이렇게 끝날 수도 있겠지만 한없이 흩어지는 모래성을 우리가 다시 쌓아 올리는 장면이 반복된다 텅 빈 통조림 캔이 숨겼다가 드러내는 젖은 모래에 구멍을 내기는 쉬워 그렇지? 뭔가 다른 모양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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