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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의 뜻이 뭔가요?

작성자chang|작성시간23.07.26|조회수44 목록 댓글 0

한동안 지루한 장맛비가 내리더니 어제부터는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진짜여름 맛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날씨가 돌아왔나 봅니다. 이런 더운 날이면 잘 익은 작은 수박 한 덩이 들고 사람들이 들끓지 않는, 맑은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의 나무그늘을 찾아가서 새끼폭포 두어 가닥이 사이좋게 졸졸과 콸콸의 중간음을 내며 미끄럼을 타는 그 아래 끄트머리쯤에 수박덩이의 고삐를 풀어놓고 바지를 걷어 올려 물에 발을 담그면 피라미의 새끼들이 처음 보는 사람의 다리가 너무 신기해서 다리 곁으로 모여들어 다가올 듯 말 듯 망서리다가 나증에는 입을 삐쭉 삐쭉거리면서 간지럼을 태우는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이런 경개(景槪)에 마음을 빼앗기면 내 자신을 잊어버리는 무아지경에 빠져버리지 않겠습니까. 이 순간이 바로 우리가 가야할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닐까하고 싶기도 합니다. chang.

 

 

조선일보 [일사일언] “고등어의 뜻이 뭔가요?”

이진혁 출판편집자

 

간혹 이런 종류의 문의를 받는다. “방금 시집을 사서 읽었는데, 그 시에서 고등어가 뜻하는 바가 도대체 뭡니까?” 고등어란 고등엇과의 바닷물고기로 등에 녹검색 물결무늬가 있고 배는 은백색이며 구워 먹어도 조림을 해먹어도 얼마나 맛있는데요, 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떠듬떠듬 설명을 시작한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꼭 한 가지 해석만 있는 게 아닙니다. 독자분께서 읽고 느끼신 대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그러면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아니, 정해진 뜻이 있을 게 아닙니까. 정답이 뭡니까?” 물론 다음과 같은 해설을 바라고 한 말일 터다. “고등어는 가난한 화자의 처지와 그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한 끼 식사를 책임지는 양식으로서 위로를 뜻하며, 고등어의 푸른색을 봤을 때 생명을 뜻하기도 합니다.” 듣는 입장에서는 만족할 수도 있겠으나 이런 답은 불가능하다. 시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시를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 점점 힘들다. 이유가 뭘까. 시를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큰 원인은 시의 교육 방식에 있다. 우리는 비유, 상징, 운율 등 수사학적 지식 위주로 시를 배워왔고, 밑줄을 쳐가며 시어의 의미를 외워왔다. 가령 김수영의 은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민중의 저항 정신을 품은 로만 가르친다. 읽는 이가 자유롭게 시를 읽고 느낄 틈이 전혀 없다.

 

, 재미도 없는데 안 읽으면 그만 아냐? 요즘 볼 게 얼마나 많은데라는 반문도 있겠다. 물론 점점 더 난해성을 더해가는 요즘 시를 생각하면 그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한국어의 어휘 보존과 다양성 확보에 시가 기여하는 바를 생각하면 뒷맛이 씁쓸하다. 거기다 시는 짧은 시간에도 독서가 가능한, 요즘 시대에 맞춤한 장르다. 그 재미를 많은 이들이 누렸으면 하는 바람도 있겠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까. “방금 시집을 읽었는데, 고등어가 모성을 상징하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런 연락이라면 언제든 즐겁게 응할 자신이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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