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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치에 오르다

작성자이랑 최범석|작성시간26.06.15|조회수10 목록 댓글 0

<시와 소금> 2013년 여름호지리산 시인 특집(이기철)

 

 

 

 정령치에 오르다

 

 이기철

 

 

 해발 1172미터내 키 7백 곱절을 숨 가삐 오르면

 정령치낯모르는 마한 先人의 목청이 들린다

 

 달궁 뱀사골 청학동 노고단 반야봉 피아골 세석평전 천왕봉 와운골 연하천한 발 재겨디디면 마천 운봉 남원 구례 인월 함양 거창이다 이 정상에선 저 이름들이 아미타이고 마하다 천은사 연곡사 화엄사인들 시구 아니냐

 

 어디 한 뼘 비워둔 곳 없는 나무들의 섬세한 손들겨울을 품에 안고 잠재우는 목신들

구상나무 주목 참나무 가래나무 가문비 개옻나무 비자나무 타래나무 칡 다래 머루덩굴인들 무연일 수 있느냐

 

 여기서는 시를 쓰지 않고 시를 노래해야 한다

 

 백두 두류 추가령 금강 설악 태백 오대 소백 월악 속리 덕유를 받아 안고 예까지 오너라 고생했다고 양말 벗겨 발 씻기는 어머니 산

 

 터져 나오는 노래가 유행가라도 탓할 것 없다 큰 목청으로 부르면 센 할아버지가 흰수염 날리며 껄껄 다가올 듯한

 

 천왕봉의 몇 째 아우 정령치에 올라

 맑아서 눈 시린 햇빛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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