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가족사
이기철
몸이 반짝인다는 것은 고통을 스스로 껴안는다는 것, 너의 품계는 진골쯤은 되었으리라
숯이 된 사랑 하나를 껴안고 온대까지 걸어온 너의 먼 길은 수고로웠으리라
한없고서야 어찌 온몸이 갈매빛이 되겠는가
기러기 나는 경계가 늘 무너지기 쉬운 북녘이라면 그 추운 고요 속 불 지피며 상처가 보석임을 먼저 깨달았으리니
누가 동토에 길을 내 뻐꾸기 울음을 옮겨 놓는다 해도 네 꿈은 무너지지 않는 홀로움 아니냐
너의 견고가 삭풍을 꾸짖을지언정 어찌 호사로운 안방의 장롱과 경대감이 될 수 있으랴
지상의 가장 높은 곳에 冠을 두고 하늘 거문고를 타는 너의 현을 짧은 말 빌어 글 쓰며 바치는 내 낮은 헌사
네 꿈은 아직도 침엽수림에 묻어둔 가족의 안부에 잠 못 드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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