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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엔 바람이 세다고요?

작성자이랑 최범석|작성시간26.06.16|조회수10 목록 댓글 0

서귀포엔 바람이 세다고요?

                                           이기철

 

 

 

그해 여름, 서귀포에서 2박을 했었지요

호텔도 팬션도 많았지만

제주 사투리가 듣고 싶어 민박을 했지요

일행을 남겨두고 밤에 혼자 나와

서귀종려숲을 걸었어요

얼레빗 같은 이파리 사이로 놀러 온 아기별들이

소꿉장난 치느라 사금파리소리를 냈어요

그러는 동안 어린별이 어른이 되어 있대요

무심 한 아름 안고 숲길을 혼자 걸었지요

불어온 바람이 장난기 많은 아이처럼 옷자락을 흔들대요

나는 바람의 머리카락을 빗어주면서

그들의 속삭임을 빠뜨리지 않고 단추에 매달았지요

서귀바람이 세다는 말은 옛날에 들었지만

마라도에서 올라온 바람이 비로드같이 부드러웠어요

이슬이 남방을 다 적실 때까지 나는

제주유카리 숲을 혼자 걸었어요

마음 수선스러울 때 우리 찾아가

몸 한 채 마음 한 마당 맡길 데가

서귀포 밖에 더 있나요

손가락이 시린지 별들이

티스푼으로 떠먹는 아이스크림 같아 보이데요

서귀포엔 바람이 세다고요?

아니요, 서귀바람은 새로 짠 명주실 같았어요

 

 

 

<시와세계 2021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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