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이기철
힘껏 오그리고 살았으니 힘껏 펴기라도 해 봐야지
맘껏 쪼그라지기도 했으니 맘껏 다림질이라도 해봐야지
씨름꾼처럼 넘어졌다가 유도선수처럼 벌떡 뒤집어라도 봐야지
했던 마흔 살
그래도 뒤돌아보면 버드나무는 휘어지고
진달래는 붉게 타고 찔레꽃은 하얗게 웃고
뚜깔나무 이파리 따 휘파람도 불며
숨차게 언덕을 넘던 마흔 살
초승이 반달로 가고 반달이 온달이 되어도 기다리는 소식은 감감했던
뒷골목 바람 찬데 손 잡아 줄 이 아무도 없이
누구도 부럽지 않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데
바람처럼 달리고만 싶었던 마흔 살
조금만 아프고 싶었던, 한 번만 죽어 볼까도 싶었던
그러나 봄풀같이 돋을 수 밖에 없었던 마흔 살
돌멩이같이 뭉치던, 낫같이 벼리던, 면도날같이 반짝이던
지금은 저 혼자 가고 없는
웬수 같던, 사랑 같던 마흔 살
---학산문학 2018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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