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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작성자이랑 최범석|작성시간26.06.16|조회수6 목록 댓글 0

  마흔 살 

                       이기철

 

 

 

힘껏 오그리고 살았으니 힘껏 펴기라도 해 봐야지

맘껏 쪼그라지기도 했으니 맘껏 다림질이라도 해봐야지

씨름꾼처럼 넘어졌다가 유도선수처럼 벌떡 뒤집어라도 봐야지 

했던 마흔 살

그래도 뒤돌아보면 버드나무는 휘어지고

진달래는 붉게 타고 찔레꽃은 하얗게 웃고

뚜깔나무 이파리 따 휘파람도 불며

숨차게 언덕을 넘던 마흔 살

초승이 반달로 가고 반달이 온달이 되어도 기다리는 소식은 감감했던

뒷골목 바람 찬데 손 잡아 줄 이 아무도 없이

누구도 부럽지 않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데

바람처럼 달리고만 싶었던 마흔 살

조금만 아프고 싶었던, 한 번만 죽어 볼까도 싶었던

그러나 봄풀같이 돋을 수 밖에 없었던 마흔 살 

돌멩이같이 뭉치던, 낫같이 벼리던, 면도날같이 반짝이던

 

지금은 저 혼자 가고 없는 

웬수 같던, 사랑 같던 마흔 살

 

    ---학산문학  2018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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