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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순결하다

작성자이랑 최범석|작성시간26.06.16|조회수10 목록 댓글 0

  죄는 순결하다

                                  이기철

 

 

 

죄가 나에게 사죄하러 오는 날엔

나는 내 온 몸의 기관을 열고 그를 맞으리라

오랜 세월이 지나서 우리가 디딘 땅이 변한다 해도

갈라진 땅에서 꽃은 필 것이고

하늘의 별은 폭발하지 않을 것이다

조그맣고 예쁜 소년의 몸을 한 죄여

너의 이름이 무언지 몰라

그저 죄라고 부르지만

너는 물소리를 훔치지 않았고 새를 나뭇가지에서 내쫓지 않았고

땅의 꽃들을 도륙하지 않았다

너와 함께 일생을 살면서도

나는 너에게 심장 하날 온전히 바치지 못했다

그러므로 죄여

내 속의 무모한 것들이 완전히 속죄될 때까지

나는 너를 밥먹이고 너를 세수시키리라

걸어온 세상의 상처들에 

분홍빛 새 살 돋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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