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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 멈춘 기도

작성자hoho|작성시간26.06.09|조회수0 목록 댓글 0

황혼에 멈춘 기도

 

 

밀레의 <만종>에 서린 슬픈 이야기 들판 위로 저녁 종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하루 종일 흙을 일구던 두 사람은 잠시 손을 멈추고 고개를 숙입니다. 프랑스 화가 장프랑수아 밀레의 대표작 *<만종)*은 이렇게 고요한 장면을 담고 있지만, 그 안에는 단순한 평화만이 아닌 깊고도 쓸쓸한 슬픔이 서려 있습니다. 밀레의 *<만종*은 1857년에서 1859년 사이에 완성된 작품으로, 넓은 들판에서 감자를 캐던 농부 부부가 저녁 기도 시간을 맞아 잠시 일을 멈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멀리 교회당의 종소리가 들려오고, 두 사람은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인 채 하루의 끝에서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립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소박하고 경건한 농촌의 풍경이지만, 이 그림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리만큼 묵직한 슬픔이 밀려옵니다. 그 슬픔은 단지 가난한 농부의 삶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밀레는 평생 농민의 삶을 따뜻하면서도 비애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화가였습니다. 그는 화려한 귀족이나 도시의 풍경 대신, 땅을 일구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한 하루를 화폭에 담았습니다. *<만종*속 부부 역시 단순히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척박한 삶 속에서도 묵묵히 하루를 견디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의 굽은 어깨와 숙인 고개에는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슬픈 해석도 있습니다.

 

스페인의 화가 살바도르달리는 이 그림을 보며, 두 사람이 단순히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죽은 아이를 앞에 두고 애도하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실제로 달리는 그림속 두 사람 사이에 놓인 바구니가 작은 관처럼 보인다고 주장했고, 훗날 X-ray 조사에서 밀레가 처음에는 바구니 자리에 관처럼 보이는 형상을 그렸다는 흔적이 발견되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결국 지금의 바구니 아래에는 처음 구상된 더 슬픈 이야기가 숨어 있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만종*은 단순한 농촌 풍경화가 아니라, 삶과 죽음, 노동과 기도, 그리고 인간의 인내를 담은 그림으로 읽힙니다.

 

황혼빛이 내려앉은 들판에서 두 사람은 하루를 마무리하며 기도하지만, 그 침묵 속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상실과 체념, 그리 끝내 살아내야 하는 삶의 의지가 함께 스며 있습니다. 밀레의 *<만종*은 조용한 그림입니다. 그러나 그 고요함은 결코 비어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말보다 더 깊은 슬픔과 위로를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그림 앞에서 단지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삶의 무게를 견디며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어쩌면 우리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게 됩니다. =오제학 =

 

-예수님좋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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