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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문학방

황혼의 항해

작성자세오|작성시간26.06.08|조회수12 목록 댓글 0

황혼의 항해

 

서문곤

 

시간의 해안선을 지나

그림자가 길게 눕는 황혼의 부두에 서면

이제 선택은 더 이상 가벼운 유희가 아닙니다.

 

한 번 어긋난 키(key)의 각도는

되돌릴 수 없는 먼바다로 우리를 떠밀어

남은 생의 해류를 통째로 뒤바꿔놓기 때문입니다.

 

나이 듦의 선택은

정교한 시계공의 손끝과 같아야 합니다.

작은 톱니바퀴 하나 잘못 끼운 대가가

멈춰버린 세월의 적막이 되지 않도록,

 

한 걸음 내딛는 발바닥 밑에

깊은 구렁텅이가 숨어 있지는 않은지,

남은 촛불을 다해 바닥을 비춰보아야 합니다.

 

젊음이 속도의 문장이었다면

이제는 밀도의 행간을 읽어야 할 때

잘못 쓰인 한 줄의 마침표가

여생의 페이지마다 눈물로 번지지 않도록

우리는 가장 느린 걸음으로

가장 신중한 지도를 그려야 합니다.

 

회복의 탄력을 잃어버린 영혼

검은 밤바다 위로 마지막 닻을 내리기 전,

후회라는 이름의 난파선이 되지 않기 위해.

 

두 번의 기회는 허락되지 않습니다.

노년의 용기는 ‘빠름’이 아니라

깊게 고뇌하고,

느리게 결정하는 고요한 멈춤 속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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