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과 대학생 대표들의 충돌...'그때'의 민주와 '지금'의 민주, 1980년대 학생운동 세대가 외쳤던 '민주'와, 오늘날 청년들이

작성자삿갓|작성시간26.06.12|조회수30 목록 댓글 0

김민석과 대학생 대표들의 충돌...'그때'의 민주와 '지금'의 민주, 1980년대 학생운동 세대가 외쳤던 '민주'와, 오늘날 청년들이 말하는 '민주'는 과연 같은 의미일까

  • 기자명 최보식 
  •  입력 2026.06.12 10:18

1980년대 학생운동 세대가 외쳤던 '민주'와, 오늘날 청년들이 말하는 '민주'는 과연 같은 의미일까

 

[최보식의언론=나폴리 강호논객]

뉴스TVCHOSUN 캡처

 

한국 정치에서민주주의의 '과거'와 '현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듯한 기묘한 장면이 펼쳐졌다.

전국 각지의 대학 총학생회장들이 6·10 민주항쟁 기념일을 맞아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지난 7일에는 전현직총학생회연합과 전국총학생회협의회 등의 요청으로 김민석 총리와의 간담회도 성사됐다. 김태윤 전현직총학생회연합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민주주의 수호'라는 차원에서 정부의 입장을 청취하고자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1980년대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민석 총리와 2020년대 대학 총학생회장들의 만남. 이 대치 구도는 한국 민주주의의 과거와 현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사상사적 현장이다.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1980년대 학생운동 세대가 외쳤던 '민주'와, 오늘날 청년들이 말하는 '민주'는 과연 같은 의미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두 세대는 같은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정치적 감각과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방식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1980년대 김민석 총리가 이끌었던 전학련 세대의 '민주'는 반독재라는 시대적 명분은 쥐었지만, 그 수단과 방식은 절차주의와 법치주의 측면에서 심각한 한계를 드러냈다.

1985년 서울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 사건이 대표적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미국 정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 서울 5개 대학교 학생들이 서울 미국문화원을 점거한 사건으로, 김민석 총리는 당시 배후 조종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외교 공관 점거라는 방식은 반독재라는 명분과 별개로, 법치주의와 외교 질서를 훼손할 위험성을 내포한 행동이었다. 그 배경에는 민족주의적 문제의식과 반미 담론, 그리고 목적을 위해 수단의 문제를 유보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광주민주화운동 무력 진압을 기획하거나 주도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결정적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는 당시 운동권 정치문화가 오늘날까지도 충분히 성찰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작년 김민석 총리는 후보자 신분으로 미문화원 점거 사건에 대한 기자의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는 이를 두고 "광주 문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었다고 자평했다. 이는 실정법 위반과 폭력적 방식마저 역사의 진보를 위한 '효율적 수단'으로 정당화했던 1980년대 운동권 정치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나아가 김 총리는 "그 일을 통한 한미 양국의 각성 덕분에 최근의 빛의 혁명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역사적 경험을 축적하게 된 것"이라며 당시의 불법 점거 행위를 사후적으로 정당화했다.

목적의 정당성이 곧 수단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반독재라는 대의가 있었다고 해서 외교 공관 점거라는 방식까지 자동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한미동맹이 민주적 가치 동맹으로 진화한 것은 한국 시민사회의 전반적인 성숙과 외교의 성과이지, 당시의 불법 점거 행위 덕분이라고 보기 어렵다. 

김 총리의 답변은 현재의 정치적 정당성을 위해 과거의 불법적 운동 방식까지 과도하게 미화하려는 시도로 읽힐 위험이 있다.

또한 반미주의 논란에 대해 그는 하버드대 유학과 미국 변호사 자격 등을 언급하며 해명했다. 그러나 공론장이 요구한 것은 당시 운동 방식과 사상에 대한 현재의 헌정주의적 성찰이었다. 

문제는 일부 지지층의 반응에서도 나타났다. 기자를 향한 신상털기와 온라인 공격은 과거 운동권 정치문화의 폐쇄성과 적대적 동원 방식이 디지털 공간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반면, 1년 후인 2026년 6월 현재 대학생들이 외치는 '민주'에는 보다 성숙한 헌정주의적 감각이 엿보인다.

지방선거 참정권 침해 사태를 두고, 정부는 여전히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프레임을 고수하며 헌정적 쟁점을 단순 행정 실패로 환원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기성 정치권 역시 이 사태를 진영 싸움의 불씨로만 소비하려 든다.

그러나 대학 총학생회 대표들은 6월 7일 간담회에서, 80년대 운동권 대선배 격인 김민석 총리 앞에서 이 사태가 단순한 물품 부족이 아닌 국민의 '참정권 침해'이자 '민주주의 헌정질서의 위기'임을 분명히 했다. 

간담회장에서 나온 학생 대표들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경기대 총학생회장 지태훈은 기성 정치인들이 사안을 어떻게 정파적으로 소비하고 있는지를 지적했다.

 "국민들은 처음에 민주주의 수호라는 공통의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정치적 공방으로 변질된 상태다. 학생들은 특정 정당에 서고 싶은 것이 아니다. 오직 민주주의의 편에 서고 싶다. 성명서를 쓰거나 재선거를 외치면 야당으로 분류되고 침묵하면 여당 지지층으로 규정되는 등 본질과 무관한 정치적 편 가르기가 계속되고 있다. 학생들의 요구는 진상 규명, 책임 규명, 재발 방지라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본질적인 문제 제기마저 정치적 논쟁 속에 묻히고 있다."

이어 건국대 총학생회장 신창훈은 권력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를 상기시키며 견제받지 않는 국가 권력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총리님을 비롯해서 여기 앉아 계신 모든 분들이 행사하시는 권력은 국민의 한 표로부터 나온다. 한 표라는 것은 그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모든 권력의 기반이라는 사실을 명심한 상태에서 구체적인 제도개혁의 방향성을 정립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현실에서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현직총학생회연합 대표 김태윤은 정리 발언에서 헌정 질서가 바로 서지 않을 경우 행동에 나설 것임을 경고하며, 청년들의 요구가 정파적 이해관계를 초월한 것임을 강조했다.

"21세기 대한민국에 제2의 민주화운동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것들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저희는 어쩔 수 없이 (민주화운동 차원의 행동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 그 과정은 여야 상관없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측면에서 진행될 것이다. 저희의 목소리는 중립지대로서 올바른 이야기라고 생각해달라."

나아가 6·10 민주항쟁 39주년 당일 오후 6시, 전국 각지의 대학 총학생회는 지방선거 참정권 침해와 민주주의 위기를 지적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한 예로 전남대학교 총학생회는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전국의 학생들과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 대통령 직선제 개헌과 민주화를 이뤄냈고, 그 배경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대학생과 시민들이 보여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민주주의가 억압된 상황에서 선배 학생들이 침묵하지 않았던 것처럼 오늘의 대학생들도 민주주의 가치 훼손에 침묵하지 않겠다."

이 시국선언에는 감정적 선동이나 사상적 도그마가 없다. 화염병도 불법 점거도 없이, 오직 헌법이 부여한 주권자의 한 표를 지키라며 시스템 개혁을 요구하는 청년들. 그들의 언어에는 헌정주의와 절차주의에 대한 높은 감각이 드러나 있다.

시국선언을 하고 총리와 간담회를 성사시킨 이 대학생들은 기성 세대가 그들을 단순한 '보수화' 혹은 '극우화' 프레임으로만 해석해 온 것이 명백한 잘못임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과거의 불법적 운동 방식에 대해 충분한 성찰을 보여주지 못한 채, 여전히 민주화 서사의 도덕적 권위에 기대고 있는 일부 1980년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과 대조적이다.

만약 1980년 오월의 광주를 기억하는 이들이 오늘의 장면을 본다면, 과거의 민주화운동 서사를 독점하려는 정치인들보다 참정권과 절차를 이야기하는 청년들의 언어 속에서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을 것이다.

어느 진영에도 치우치지 않은 채 '오직 민주주의의 편, 공화국의 중립지대에 서겠다'고 선언하는 후배 청년들의 모습에서, 자신들이 남긴 민주주의의 유산이 새로운 언어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했을 것이다.

오월 정신은 특정 세대나 정치 세력의 독점물이 아니라, 헌정질서와 시민의 권리를 지키려는 끊임없는 실천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것이다. 

정치토론회 중계

한국 민주주의의 이러한 변화는 1980년대 운동권 세대만의 성취로 환원될 수 없다. 2026년의 한국 민주주의는 운동권 세대가 남긴 민주화의 유산 위에서, 청년들이 새롭게 형성해 낸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주의의 감각과 언어로 재구성되고 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