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전 선관위원장, 아내에게는 칭찬받는 남편...왜?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어떻게 타락하는지 그 본보기를 반드시 보여주어야 한다.

작성자삿갓|작성시간26.06.18|조회수29 목록 댓글 0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 아내에게는 칭찬받는 남편...왜?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어떻게 타락하는지 그 본보기를 반드시 보여주어야 한다.

  • 기자명 최보식 
  •  입력 2026.06.18 06:22

[최보식의언론=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구 지역장 전무]

SBS 화면 캡처

 

선관위 직원 5명이 외국 선거 사례 연수를 내세워 몰디브 등으로 무더기 출장을 떠나 국민적 공분을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번에는 조직의 수장이었던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부부 동반 호화 출장' 전말이 드러났다.

 

선거의 공정성을 수호해야 할 최고 책임자이자 법과 원칙을 누구보다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대법관 출신 인사가, 재임 기간 중 세 차례의 국외 출장에 모두 배우자를 동반해 국민의 혈세를 물쓰듯 썼다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참담함을 안겨준다.

노 전 위원장은 아내에게만 칭찬받는 남편이었나.  노 전 위원장이 재임 중 다녀온 세 차례의 출장(덴마크·스웨덴, 독일·에스토니아, 호주·뉴질랜드) 일정에는 언제나 배우자가 함께였다. 특히 1인당 왕복 1,260만 원에 달하는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 가격은 관료 사회의 방만한 예산 집행과 노 전 위원장의 비뚤어진 특권의식을 적나라하게 증명한다.

 

오늘날 대기업들은 단돈 몇만 원의 출장비라도 아끼기 위해 전문 여행사와 계약을 맺고 비즈니스석을 끊더라도 가장 저렴한 조건의 티켓을 샅샅이 찾아내어 제공한다. 반면 선관위는 그러한 최소한의 비용 절감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일정 변경과 취소가 자유롭다는 핑계로 일반 비즈니스석보다 두배 이상 비싼 최고 등급의 '풀 플렉스(Full-Flex)' 티켓을 아무 거리낌 없이 긁어댔다.

 

냉정히 말해, 철저하게 짜인 공식 외교 및 기관 방문 일정에서 날짜를 바꿀 이유가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결국 일정 변경의 유연성 때문이 아니라, '세금 예우'라는 미명 하에 최고급 대우를 누리겠다는 허영심이자 특권의식의 발로일 뿐이다. 내 돈이라면 인터넷 최저가를 찾느라 밤을 새웠을 이들이, 국민 세금을 제 쌈짓돈 정도로 여기지 않고서야 이토록 태연할 수 없다.

 

노태악 전 위원장은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법관이자 대법관이다. 누구보다 법과 공정, 그리고 도덕적 책무에 충실해야 할 자리에 있었다. 남들에게는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며 청렴을 강조했을 그가, 본인에게만큼은 "나는 특별하니 이 정도 특권은 당연하다"는 오만함에 쩔어 있었음이 이번 사태로 명백히 증명되었다.

백 번 양보해 본인의 티켓은 그렇다 치더라도, 따라가지 않아도 그만인 민간인 배우자에게까지 1,200만 원이 넘는 최고가 황제 티켓을 왜 '세금'으로 선물한단 말인가. 게다가 최고 권력층의 출장 때마다 터져 나오는 호화 숙박 의혹도 피해 가기 어렵다.

 

과거 모 공기업 사장이 출장 때마다 하루 수천 달러짜리 최고급 스위트룸에 투숙해 지탄을 받았던 것처럼, 국가서열 5위의 예우를 앞세운 노 전 위원장 역시 최고급 특급호텔의 스위트룸을 드나들며 온갖 호강을 누렸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우리 공무원 사회에서 국가 원수인 대통령의 정상 외교를 제외하고, 상대측의 공식 부부 동반 초청이 없음에도 출장 때마다 관례를 핑계 대며 배우자를 동반하는 인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공적 권력을 철저히 사유화한 노 전 위원장의 행태는 그가 가진 도덕적 수준이 얼마나 처참하게 타락했는지를 보여준다.

 

더욱 고약한 것은 이들의 치밀한 은폐 시도다. 중앙선관위는 내부에 보관하는 계획서 비고란에는 '부부 동반'을 떳떳하게 기재해 놓고, 정작 외부에 공개되는 사후 보고서에는 이 사실을 쏙 빼놓았다. 선관위는 "배우자가 공무원이 아니라서 제외했다"는 옹색한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다.

공무원이 아니라서 보고서에 못 적을 사람이라면, 애초에 국민 세금으로 비즈니스석을 태워 동행시키지 말았어야 한다. 외부에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이들 스스로도 이 행위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떳떳하지 못하며, 국민이 알면 큰 문제가 될 음성적 특혜임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세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고약한 심보가 아니고선 설명이 안 된다.

 

얼마 전 선관위 직원들이 '선거 관리'라는 본연의 임무는 팽개친 채 몰디브 등 휴양지로 연수 명목의 출장을 떠나 손가락질을 받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인데, 기관장부터가 최고급 티켓과 호화 숙소로 부부 여행을 다니는 판국이니 직원들이 무엇을 보고 배웠겠는가. 최고위 공직자로서 예산을 아끼려는 최소한의 시늉조차 하지 않는 조직의 수장 밑에서 기강이 바로 설 리 만무하다.

더욱이 노 전 위원장은 투표용지 인쇄 매수 축소 지침으로 발생한 '선거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지침 시행 전에는 보고받은 바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본연의 업무인 선거 관리는 소홀히 하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어 놓고, 뒤로는 해외 기관 교류를 핑계 삼아 부부 동반 유람을 다녔으니, 이것이 대한민국 선관위 수장의 직무유기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낸 피 같은 세금이 이런 식으로 허비되고 있다는 사실에 국민은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선관위가 이토록 썩어 문드러진 것은 그동안 어느 기관으로부터도 제대로 된 견제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독립 기관'으로 군림해왔기 때문이다. 제도적 맹점을 100% 활용해 배우자에게 최고급 외유를 시켜준 노 전 위원장 개인의 도덕적 파산은 물론, 선관위라는 조직 전체에 퍼진 특권의식은 이제 단순한 비판으로 끝낼 수준을 넘어섰다.

 

노 전 위원장이 사적으로 유용한 배우자의 출장 비용 및 규정을 초과한 호화 숙박비 전액을 즉각 환수해야 하며, 공직 기강을 무너뜨린 책임을 날카로운 법의 잣대로 엄중히 물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선관위의 방만한 국외 출장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어떻게 타락하는지 그 본보기를 반드시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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