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다음은 누구인가...특검은 '정적 제거용' 무기? 특검은 권력을 감시하는 장치라기보다 '정치적 무기'로 인식되기 시작
작성자삿갓작성시간26.06.18조회수39 목록 댓글 0
오세훈 다음은 누구인가...특검은 '정적 제거용' 무기? 특검은 권력을 감시하는 장치라기보다 '정치적 무기'로 인식되기 시작
- 기자명 최보식
- 입력 2026.06.18 10:41
[최보식의언론=김정기 세계스마트시티기구 사무총장]
SBS 뉴스 캡처
민중기 특검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징역 1년 4월과 추징금 3300만 원을 구형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것이다.
과연 순수한 법 집행의 결과인가, 아니면 정치가 사법의 옷을 입고 등장한 것인가.
오세훈은 단순한 지방자치단체장이 아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다섯 차례 승리한 정치인이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정치·경제·문화 중심지이며 서울시장은 오랫동안 잠재적 대권주자로 평가받아 왔다. 실제로 역대 서울시장 상당수가 대선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오세훈 역시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번 특검 수사는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 '정치적 사건'이 될 수밖에 없다. 왜 이 사건에 이토록 거대한 국가 수사력이 집중되는가, 왜 수사의 초점이 결국 오세훈에게 향하고 있는가 라고 묻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건의 출발점은 명태균 측이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이었다. 쟁점은 누가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누가 비용을 부담했으며, 그것이 정치자금법상 불법 정치자금에 해당하는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될수록 국민이 기억하게 된 것은 사건의 구조나 법리보다 오세훈 기소 자체였다. 사건의 실체 규명보다 유력 정치인을 피고인석에 앉히는 것이 수사의 중심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유력 정치인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하는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정치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법정 출석 장면은 반복적으로 소비되고 정치적 이미지로 축적된다. 차기 정치 구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장면들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정치자금의 투명성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그러나 형사재판은 정치적 호불호가 아니라 증거로 판단하는 영역이다. 누군가 정치적으로 이익을 얻었다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이 자금의 출처를 알았는지, 불법성을 인식했는지, 비용 지급에 관여했는지, 공모관계가 존재했는지가 입증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정치자금법상 고의와 인식의 입증 문제다.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돈을 냈느냐가 아니라 피고인이 그 자금의 성격과 불법성을 알고 있었느냐는 점이다. 누군가 대신 비용을 지불했다는 사실과 피고인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사실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문제다.
오세훈이 그 비용 지급 사실을 사전에 알았는지, 비용 부담을 요청했는지, 사후에라도 이를 승인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공모 관계가 존재했는지가 입증되어야 한다. 형사법은 결과가 아니라 행위와 고의를 처벌한다. 고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범죄는 성립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만 놓고 보면 상당 부분이 직접 증거보다 정황 증거에 의존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형사재판에서 정황 증거는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그 정황은 다른 합리적 설명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로 치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대법원이 말하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받았다는 사실과 여론조사 비용을 부담받았다는 사실은 동일하지 않다. 선거 과정에서는 수많은 여론조사가 캠프 안팎에서 생산되고 공유된다. 정치인이 특정 여론조사를 참고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조사 비용의 출처와 지급 과정까지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형사법은 추정을 경계한다.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큰 인물일수록 "알았을 것"이라는 사회적 추정이 작동하기 쉽다. 그러나 법정은 상식적 추정이 아니라 법률적 입증으로 판단한다. 국민이 보기에는 의심스러워 보여도 법정에서는 의심과 증거가 구별된다. 그것이 법치주의의 핵심이다.
정치자금 사건에서 법원은 자금 제공자나 관련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자신의 형사책임을 줄이려는 이해관계인의 진술은 객관적 물증과 독립적 보강 증거에 의해 검증되어야 한다. 진술이 바뀌거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면 그 신빙성은 더욱 엄격한 심사의 대상이 된다.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 위에 서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은 범죄자를 보호하기 위한 원칙이 아니라 국가 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번 사건의 경우 특검이 직접 증거보다 정황을 연결해 하나의 정치적 서사를 만들고 있다고 나는 느낀다. 여론조사를 봤다는 것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법적 거리가 존재한다. 그 거리를 증거로 메우는 것이 특검의 책임이다. 만약 그 과정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결국 남는 것은 법률적 확신이 아니라 '정치적 의심'뿐이다.
이 지점에서 논의는 자연스럽게 오세훈 개인을 넘어 특검 제도 자체로 확장된다.
특검은 원래 예외적 제도였다. 기존 수사기관이 권력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거나 정상적인 수사가 어렵다고 판단될때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비상수단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특검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고 정치적 갈등이 생길 때마다 특검법부터 발의된다.
여당은 야당을 겨누고 야당은 여당을 겨눈다. 국회는 특검을 정치 협상의 카드로 사용하고 언론은 특검을 정치 뉴스의 중심에 올린다. 그 결과 특검은 권력을 감시하는 장치라기보다 '정치적 무기'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애초에 특검의 탄생 과정부터 정치적이다. 국회가 만들고 정당이 요구하며 여론이 압박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출범한 특검이 정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실제로 특검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국민은 사건보다 정치적 목적을 먼저 의심한다. "이번에는 누구를 겨누는가"라는 질문이 반복되는 이유다.
다른 선진국들도 같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미국은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독립검사(Independent Counsel)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수사의 장기화, 수사 범위의 무제한 확대, 정치화 논란이 반복됐다.
독립검사 케네스 스타가 수행한 클린턴 대통령 수사는 독립검사 제도의 정치화와 권한 남용 논쟁을 촉발했다. 당초 화이트워터 의혹 수사로 시작된 조사가 르윈스키 스캔들까지 확대되면서 독립검사가 사실상 통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결국 미국 의회는 1999년 독립검사법의 재연장을 포기했다. 권력 감시라는 장점보다 정치화와 권한 남용이라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후 미국은 과거의 독립검사 제도를 사실상 폐기하고 법무부의 감독을 받는 특별검사(Special Counsel) 체제로 전환했다.
미국이 얻은 교훈은 분명했다. 권력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예외적 수사기구도 충분한 통제가 없으면 또 다른 권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독립성은 필요하지만 '통제받지 않는 독립성'은 정치화를 피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특검은 예외가 아니라 상시적 정치 수단이 되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상대 진영을 겨누는 무기로 호출되고 있다. 미국이 정치화의 위험 때문에 축소한 제도를 우리는 오히려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제도가 반복될수록 신뢰가 쌓이는 것이 아니라 불신이 쌓이고 있다.
법치주의는 법 조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민의 신뢰로 유지된다. 국민이 특검을 '정의의 칼'이 아니라 '정치의 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면 그 제도는 이미 심각한 신뢰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특검을 계속 늘릴 것인가. 아니면 특검이라는 제도 자체를 재검토할 것인가.
특검은 원래 법치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예외적 제도였다. 그러나 예외가 상시화되고, 권력 감시 장치가 정치적 무기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제도 자체를 다시 살펴볼 때다. 민주주의는 투표소에서 승부하고 법정은 범죄를 심판해야 한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을 사법이 대신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균형을 잃는다.
오세훈 사건이 남긴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한 정치인의 유무죄가 아니다. 대한민국 특검 제도가 여전히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는 제도인가 하는 점이다. 이제는 특검을 하나 더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특검의 시대를 끝낼 것인가를 논의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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