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패가망신' 말만 말고 강경진압하라... 이게 정의당의 논평? 잠시 내 눈을 의심했다
- 기자명 최보식
- 입력 2026.06.18 10:33
[최보식의언론=박성우 강호논객]
JTBC 캡처
필자는 진보 성향 매체 오마이뉴스의 객원기자입니다. (편집자)
"서울경찰청장은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라고 발언하는 등 엄포만 늘어놓지 말고 제대로 대응하라. 제1야당 대표와 합의하고도 단 한 사람 때문에 사무실 진입에 실패한 망신스러운 행태를 전 국민이 지켜봤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무제한적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권리를 물리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는 집단적인 사적 폭력으로 명백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올림픽공원 시위는 그 경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17일 발표된 정의당의 논평을 읽고 잠시 내 눈을 의심했다.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는 경찰청장의 고압적인 엄포를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엄포만 놓지 말고 제대로 대응하라"며 강경 진압을 주문하고 나섰다. 게다가 '집회·시위의 자유는 무제한이 아니며, 타인의 권리를 물리적으로 침해하면 명백한 범죄'라는 훈계까지 덧붙였다.
이게 과연 진보정당의 언어가 맞나? 이런 앙상하고 평면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기득권에 균열을 내기 위해 필연적으로 마찰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노조의 점거 농성이나 파업, 동덕여대 학생들의 집회 등도 졸지에 '사적 폭력이자 불법 행위'로 전락하고 만다. 자본과 권력이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이들들의 입을 틀어 막을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논리를, 다름 아닌 진보정당의 입을 통해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물론 현재 올림픽공원 시위 방식이 선을 넘었고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짚어야 한다. 하지만 명색이 진보정당이라면, 앞장서서 경찰의 곤봉을 부추길 게 아니라 사태의 본질적인 맥락을 짚고 실종된 정치의 역할을 촉구했어야 한다. 합법과 불법의 프레임을 넘어, 적어도 아래와 같이 접근해야 하지 않았을까.
1) 현재 올림픽공원 시위 방식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적 여론을 객관적으로 짚어내고
2) 초유의 사태를 야기하고 방치한 선관위의 무능을 꼬집으며, 정치권이 이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3) 참정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극우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오염되지 않도록 선을 그으며 '전국 재선거', '사전투표 폐지' 등 음모론에 편승해 항의 방문을 다녀간 장동혁 등 국민의힘 지도부의 정략적 행태가 오히려 시민들의 진의를 훼손하고 있음을 매섭게 비판하고
4) 당장의 공권력을 통한 물리적 진압은 결코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하면서 이미 시위대 측과 합의가 오갔으나 단 한 명이 막아 문제가 된 것처럼 대화와 정치를 통한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끝까지 열어둬야 하지 않나?
이걸 그저 경찰력으로 쓸어버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쉽고 게으른 길이다. 참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