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의 연분 ♡
2001년 가을 어느 날, 연세가 많으신 여신도 한 분이 서른 살 가량의 아가씨를 데리고 찾아왔다.
약간 초췌한 모습의 아가씨는 묘법 노스님 앞에 꿇어앉아, 방 안에 20여 명의 손님이 있는 것도 잊은 채 자신의 불행한 삶을 하소연하였다.
"스님, 제 운명이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여기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스님께서 제 인생의 살 길을 열어주실 것이라며 저를 데리고 왔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부터 성격이 괴팍하여 번거로운 것을 싫어하고 항상 혼자 지내기를 좋아하였으나, 행실은 단정하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9세 때 나쁜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되었으며, 그 당시 너무나 고통스러워 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학교를 1년간 휴학하였습니다. 그런데 2년 후에 또다시 나쁜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비록 그 사람이 법의 제재를 받았지만,
저는 혼이 빠지다시피 하여 학교에도 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25세 되던 해 부모님은 저에게 남자친구를 사귀어보라고 사방으로 소개를 부탁하였습니다.
그러나 맨 처음 만난 남자는 1년간 저의 감정을 기만하고서 떠나갔습니다.
1년 후 또 한 남자를 사귀었는데 같은 결과를 가져왔으며, 저는 거의 살아갈 희망을 잃고 눈물이 마를 날이 없습니다.
어째서 제 운명은 이렇게 불행합니까?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방책이라도 있는지요?"
스님께서 그녀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하였다. 잠시 침묵한 후 물었다.
"아가씨는 오늘 어째서 화장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부끄러운 듯이 말하였다.
"할머니께서 오늘은 스님을 만나러 가니 화장을 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스님께서 다소 엄하게 말씀하셨다.
"아가씨가 금생에 이렇게 불행한 처지를 만나게 된 까닭은 먼저 너무 화장을 진하게 하여 자기를 요염하게 치장하며, 몸에 꽉 끼고 노출이 심한 의복을 입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성격이 괴팍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나, 도리어 남들이 아가씨를 주목하고 부러워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더욱이 남자들의 눈빛을 좋아하는군요. 맞습니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님께서 이어서 말씀하셨다.
"남녀의 욕망은 사람마다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크게 비난할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여자는 약자이니 마땅히 자기를 잘 보호해야 합니다.
중국의 속담에 '물건을 잘 보관하지 않으면 도둑을 불러들이게 되고, 요염한 자태는 음욕을 불러일으킨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뜻은 재물을 잘 보관하지 않고 과시하게 되면 도둑의 표적이 되기 쉬우며, 사람이 너무 과하게 치장하고 꾸미게 되면 이성에게 음욕심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나쁜 사람으로 하여금 잘못된 마음을 일으키게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요즘 시대에 행실이 단정한 아가씨는 마땅히 자기를 보호하는 것을 배워야 하며, 몸을 너무 드러내는 옷은 입지 말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음욕심을 불러일으켜 사랑을 얻게 되는 것은 진실한 사랑이 아닙니다.
부부는 모두 연분이 있기 때문에 만나게 된 것입니다.
'천리나 먼 인연도 한 줄 끈으로 이어져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 끈은 바로 전생에 심은 인(因)이며, 바로 '업력(業力)'입니다.
업력은 자기의 행위와 관계가 있다는 뜻이며, 전세(前世)에 누구에게 빚을 지게 되면 금생에 반드시 빚을 받으러 오게 되는 것입니다.
당신은 준수한 남자가 못 생긴 여자와 결혼하는 경우라든지, 혹은 아름다운 미녀가 못 생긴 남자에게 시집 가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까? 모든 선량한 젊은 남녀는 절대로 영화나 연속극 속의 요염하게 꾸미는 자태를 배우지 말아야 합니다.
장래에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원한다면 항상 관세음보살을 염불해야 합니다.
그리하면 운명으로 정해진 악연의 부부도 좋은 인연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내 말의 뜻을 이해하고 그대로 실천한다면, 1년이 채 되지도 않아서 뜻이 맞는 남편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아마 35세 정도로 부인을 잃고 5세의 남자애를 가진 선량한 남자입니다.
이후의 운명에 관해서는 전생에 지은 업에 달려 있습니다.
전생의 인(因)을 알고자 하면 금생에서 받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후 살생을 하지 말고 경서를 많이 읽으면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그 여자는 기쁘게 노스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였다.
출처 : 오대산 노스님의 그 다음 이야기
저자 과경 , 묘법(원저자)
역자 정원규
불광출판사
작성자 : 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