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욕은 윤회의 근본 ♡
서른을 갓 넘긴 '김영'이라는 젊은 여인이 묘법 노스님께 눈물로 자기의 고통을 하소연하였다.
그녀의 사연은 다음과 같다.
♧♧♧
그녀는 16세 때 우연히 석가모니부처님의 그림책을 보았는데, 갑자기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였다.
이후 계속하여 몇 권의 불교 관련 책을 보고 불교 성지 오대산(五台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줄곧 가보고 싶었으나, 이 소원은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 28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실현되었다.
오대산에 가보고는 더욱 마음에 들었다. 오대산이 고향 같았다.
또한 절의 객실에 들어가 비구니스님들과 함께 있게 되었을 때, 스님들이 친척같이 느껴져 집에 돌아가는 것도 잊어버렸다.
심지어는 휴가 기간이 지난 것도 몰랐다가 한 스님이 그녀에게 "직장에 출근해야 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비로소 생각이 나 급히 짐을 꾸려 산을 내려갔다.
집에 오니 마침 부모님은 오대산으로 그녀를 찾으러 사람을 보내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가 집을 떠난 후 전화 한 통도 없고 휴가 기간을 넘겨도 돌아오지 않자, 그녀의 어머니는 애타는 마음에 급성 심장병을 앓기도 하였다.
그녀의 어머니가 말하기를 "앞으로 너는 어디에도 가지 못한다.
내가 죽을 지경이란 말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이번의 오대산 여행을 한시도 잊지 못하였으며, 심지어 몇 차례 자기가 승복을 입고 있는 꿈을 꾸기도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출가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나, 어머니가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그녀가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는 불교 신자입니다.
제가 출가하는 것은 좋은 일이잖아요. 하물며 집에 오빠와 언니도 있고 손자도 있으니, 저 하나 없다고 하여 안 될 것이 없지 않습니까! 어머니가 출가를 못하게 하면 제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십니까?"
그러나 어머니는 단호하게 말하였다.
"다른 사람은 출가해도 되지만 내가 살아있는 한 너는 안 된다.
네가 출가하면 내가 제 명에 못 살 것 같다. 너는 내 마음을 아느냐?"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석가모니부처님이 집을 떠나 출가할 때 아무도 모르게 떠났다는 것이 생각나, 떠나기 전에 한 통의 편지를 남기고는 집을 나왔다.
그녀는 또다시 오대산에 와서 절에 묵으며 주지스님께 출가할 뜻을 피력하였다.
그러나 주지스님은 먼저 머리를 깎지 않은 채 절 생활을 하면서, 출가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지를 보자고 하였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보름 후 오빠가 그녀를 찾으러 왔다.
그녀가 남긴 편지를 본 후, 어머니가 찾으러 보낸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어느 절에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찾는 데 보름이나 걸렸다.
오빠는 그녀에게 "어머니는 네가 집을 떠난 뒤 다시 심장병이 도져 병원에 입원하셨다.
지금은 살아나실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단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할 수 없이 오빠를 따라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어머니는 집에 누워 계셨다.
그 후 그녀는 답답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해 노스님을 찾아왔다.
"저는 정말로 출가할 수 없나 봅니다. 그러나 제 마음은 여전히 절에 남아 있습니다.
나이 서른이 넘어서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제 소망을 실현할 수 없으니 매일 시체가 걸어다니는 것 같고, 살아도 죽은 것만 못합니다.
스님 어떻게 해야 될지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
김영은 줄곧 눈물을 닦으면서 이야기하다가 실성한 듯이 울었다.
노스님은 그녀가 평정되기를 기다렸다가 물었다.
"아직 육식과 오신채를 끊지 않았지?"
"예, 아직 끊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내일부터 육식을 끊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예불하여라.
출퇴근할 때에는 마음속으로 염불이 끊어지지 않게 하든지, '천수대비주'나 '반야심경', [능엄경]을 외우거라.
저녁 예불 후에는 40분에서 1시간 정도 좌선하면서 '염불하는 것은 무엇인가?' 살펴보아라.
그리고 금생에 지은 '10가지 악업'의 죄를 조용히 기억하면서 생각이 나면 참회하거라.
네가 이렇게 지속할 수 있으면 출가한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경서를 많이 읽어라. 특히 [능엄경]은 여러 번 읽어야 한다.
그러면 지혜가 증장할 것이다. 재가에 있어도 출가와 마찬가지로 홍법이생(弘法利生: 불법을 널리 펴고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의 일을 할 수가 있다.
인연 따라 교화한다고 하지 않더냐!
너의 출가 인연은 아직 이르지 않았으니, 억지로 출가하려고 하지 마라.
불법을 배우는 것은 바로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거늘, 하물며 너의 모친이 아니더냐. 자신의 소망 때문에 모친을 해롭게 해서는 안 된다.
네가 출가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대략 3년 정도 남았다.
만약 네가 정말로 현재의 집착을 놓을 수 있으면, 아마도 조금 앞당겨질 것이다."
김영은 노스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따르겠다고 하였다.
그날 저녁 김영의 일이 생각나 왜 출가를 하려는지 전생의 인연을 여쭤보았다.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
100여 년 전 오대산에서 수도하던 한 청년이 있었는데, 대가집 규수의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되었다.
어느 날 이 아가씨는 시녀를 거느리고 도관에 와서, 그 수도자에게 예를 올린 후 무언가를 싼 보자기를 건네주었다.
수도자가 열어보니 약간의 은전이 들어 있었으며, 그 아가씨에 대하여 감격스러운 마음이 우러났다.
이럭저럭 하는 가운데 두 사람은 사랑의 감정이 생기게 되었으며, 수도자는 아름다운 여인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마침내 그 아가씨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는 사람들의 수근거림이 싫어서, 그들은 시녀를 데리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서 정착하여 살게 되었다.
결혼 후 두 사람은 서로를 극진히 사랑하고 공경하였다.
남편은 여전히 수행을 하고 아내는 남편을 여러 모로 돌보았으며, 남편은 아내에 대한 사랑의 정이 식지 않았다.
시녀도 평생 그들을 따르면서 시봉하였다. 금생에서 김영은 바로 전생의 수도자이며, 정에 집착하는 마음이 깊었기 때문에 여자의 몸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모친은 바로 전생의 대가집 규수로 수도자의 부인이다.
김영의 부친은 바로 그 시녀로서 전생에 사람됨이 단정하였기 때문에 금생에 남자의 몸으로 바꿔 태어났으며, 여전히 전생의 아가씨(즉 김영의 어머니)에 대하여 여러모로 보살피는 마음이 많이 남아 있다.
스님의 법문은 나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수도하는 사람이 감정의 집착을 끊지 못하면 끝내 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수도하기 어렵구나,
걸어서 하늘에 오르는 것만큼이나.
교육하기 어렵구나,
불속에 연꽃을 심는 것만큼이나.
욕망 끊기 어렵구나,
모래를 쪄서 밥을 짓는 것만큼이나.
따라서 법을 듣고 믿으면서 애욕을 끊는 것이 바로 수행인의 근본이다.
출처 : 오대산 노스님의 그 다음 이야기
저자 과경 , 묘법(원저자)
역자 정원규
불광출판사
작성자 : 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