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왔다가 가는 길에🌷
옥토의 밭에서 태어나지 못했다고
자갈밭의 서러움을 슬퍼하지 마십시오.
찢어지는 가난을 대물림하며
이름 없는 들꽃처럼 살았더라도
한탄의 신음 소리 내 뱉지 마십시오.
파도치는 바다에서 등대의 불빛 같은
한 사람을 만나서
사랑의 길 걸었다면 행복한 삶입니다.
물질과 명예의 꽃은 화려하게 피었어도
한 순간에 꺾어지는 향기 없는 꽃입니다.
빈손 들고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길에
영원한 사랑의 꽃 가슴에 피웠다면
그대,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대를 만난 것은 축복입니다/손희락*
🌸훌쩍 계절은 봄이라 합니다🌸
다시 한 번만 사랑하고
다시 한 번만 죄를 짓고
다시 한 번만 용서를 받자.
그래서 봄이다.
훌쩍 계절은 봄이라 이야기합니다.
뽀얀 미세먼지 위로
흐린 시야 뒤로
그렇게 봄은 왔다합니다.
봄이 그토록
우리를 설레게 하는 건,
그토록 우리가 봄을 기다리는 건,
그 긴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고,
한 해의 삶을 털어내고 마무리하던
지난 계절의 빈 손안에서,
기적처럼 다시 피어나는
어린 생명의 움직임처럼,
봄이 보여주는 끈질긴 생명력 때문일까요.
그런 봄은
어쩌면 다시 한 번 우리에게
기회를 준다 생각함일까요.
다시 생명을 주는 봄이기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사랑할 수 있고
다시 한 번 죄를 짓고
다시 한 번 용서 받을 수 있는
우리 생에 다시 온 봄입니다.
이 계절엔,
새로 온 이 봄엔,
부디 우리들의 심장이 다시 한 번 뛰고,
우리들의 가슴이 한 번 더 뜨거워져,
마당에 피는 풀잎처럼
나무에 물오르는 꽃잎처럼
우리의 삶이 다시 초록일 수 있기를,
그리하여
모두의 가슴에 또 한 번의
뜨거운 사랑이 피어나길 기대해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초록빛 새 봄을 응원합니다.
- 나태주《꽃1》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