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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관한 시 모음

작성자울타리|작성시간19.02.20|조회수23,782 목록 댓글 6


   

 봄에 관한 시 모음

 시간 날때 한편식

감상해 보세요.^^  



 봄 처녀  

이은상 시,홍난파 작곡

테너: 엄정행







 이른봄의 서정

눈 속에서도
봄의 씨앗은 움트고
얼음장 속에서도
맑은 물은 흐르나니


마른 나무껍질

속에서도
수액은 흐르고


하나님의 역사는
죽음 속에서도
생명을 건져 올리느니


시린 겨울밤에도
사랑의 운동은

계속되거늘


인생은
겨울을 참아내어
봄 강물에 배를

다시 띄우는 일


갈 길은 멀고
해는 서산 마루에

걸렸어도
겨울이 지나면
봄은 오게

되어 있나니


서러워 마라

봄은
겨울을 인내한

자의 것이거늘


(김소엽·시인, 1944-)

 

 

 

 해마다 봄이 되면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조병화·시인, 1921-2003)





봄 주의보

보드라운

손길이 쓰다듬고
응축된 눈물이

대지를 적셔야만
새순이 솟아나온다

화사한 능선에

얼핏 현혹되어
섣부르게

치마 올리고
옷고름 풀지는

말았으면

가슴을 열고
오롯한 씨앗을

품어주는 것은
투명한 햇살과

초록숨결뿐이다


(임영준·시인, 부산 출생)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봄 편지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 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인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둣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이해인·수녀 시인, 1945-)


 

 


 꽃 먼저 와서

횡단보도

신호들이

파란불로

바뀔 동안


도둑

고양이 한 마리

어슬렁어슬렁

도로를

질러갈 동안
나 잠시

한눈팔 동안,

꽃 먼저

피고 말았다

쥐똥나무

울타리에는

개나리꽃이
탱자나무에는

살구꽃이
민들레 톱니진

잎겨드랑이에는

오랑캐꽃이
하얗게 붉게

샛노랗게,

뒤죽박죽

 앞뒤 없이

꽃피고 말았다

이 환한 봄날

세상천지

난만하게
꽃들이 먼저 와서,

피고 말았다


(류인서·시인, 경북 영천 출생)



 





 꽃을 보려면  /  정호승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시 속에

숨어 잇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시 속에

숨어 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시 속에

숨어 잇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어느 봄날

청소부 김씨
길을 쓸다가


간밤 떨어져내린

꽃잎 쓸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
제 몸에 화르르

꽃물 드는

줄도 모르고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 취해서
그가 쓸어낼 수

있는 건
바람보다도 적다


(나희덕·시인, 1966-)




  

 

 

 봄이 오는 소리

가지마다

봄기운이

앉았습니다.
아직은

그 가지에서
어느 꽃이

머물다 갈까

짐작만 할 뿐

햇살 돋으면
어떻게

웃고 있을지


빗방울

머금으면
어떻게

울고 있을지


얼마나 머물지
어느 꽃잎에 사랑

고백을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둠 내리는

시간에도
새로움 여는

봄의 발자국

소리에
마음은

아지랑이처럼

들떠만 있습니다

돌...돌...돌...
얼음 밑으로

흐르는 냇가
보송보송

솜털 난 버들강아지
이 봄에 제일 먼저

찾아 왔습니다


(최원정·시인, 1958-)



 

 


 약속의 봄

키를 조금 낮추고
아니, 쪼그리고

앉아서 보면
봄이 왔네 봄.
논둑 길 돌아

밭으로

가는 길가로
벌써

봄이 와 있네.

우리 아베 쉰

머리카락 마냥
듬성듬성하게

헝클어진 빛 바랜
풀들 속에서
쑥이랑 냉이

씀바귀 잡풀들이
겨우내 땅속에서

쓴 물 빨아먹고

 
비죽비죽

돋아나네,

이 어린 것.
살아있었노라고

눈 틔우네

봄은 참으로

고마운 약속
씨앗을 품고

온몸으로

겨울을

 견뎌낸 대지와
거짓말처럼

씨앗이

밀어 올려낸 약속
보면 볼수록

눈물겨운 약속

대지가

어지러운 열로

몸이 붓기

시작하는 이유를
내 이제

알 것도 같네.


(성낙일·시인, 1973-)

 

 참 좋은 봄날

실비는 오지요.
꽃밭은 젖지요.


이제 보니

달팽이 한 마리가
꽃밭에 심은

옥수수

줄기를 타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기어갑니다.

 

기어가서 마침내
오를 수 있을 만큼

올라간 것일까요


이제 그만

하는 걸까요.

그쯤에서
알맞게 휘어진

 잎사귀 하나
초록빛 꽃

 붙들고 앉아
하루 종일 있을

모양입니다.

제 한 몸
잠적하기에는
참 좋은 봄날입니다.


(구종현·시인, 1943-)

 


 씨앗 하나가

꼼틀 꼼틀 태기가

있었나보다
햇볕의 담금질로

해산할 모양이다


어둠을 꼬박

지새운 길에서
산통 때문에

이리저리

몸을 가누고 있다


은하수

같은 꿈을

왈칵왈칵

쏟아 놓고
꽃밭인 듯

가슴 졸인

머리를

빠끔히 내민다


해산의 꿈들이

어둠을 헤엄쳐와
줄줄이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탄생


꽃잎 하나

살며시 열고

햇살이

 내려와 앉는다
가슴으로 빨려들 듯

봄이 반짝인다


(문근영·시인, 대구 출생)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혔구나

봄바람 불고

또 불어도
삭정이 가슴에서

꽃을

꺼낼 수 없는 건
두근거림이

없기 때문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반칠환·시인, 1964)



 


 

 봄날

얼음장 밑으로
시냇물이

실뱀처럼 스르르
몸을 푼다

버들강아지
금빛 은빛

햇살 모아
보송보송 하얀

솜털 고른다

새싹이
목 길게 빼고

두리번두리번
늘어나는 가족

얼굴 익힌다

대문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개나리

추운지
햇볕 치맛자락을

끌어다 덮는다


(조미선·시인, 경남 진주 출생)




 

 

 아름다운 곳

봄이라고

해서 사실은
새로 난 것

한 가지도 없다


어디인가 깊고

먼 곳을 다녀온
모두가 낯익은

작년 것들이다

우리가

날마다 작고

슬픈 밥솥에다
쌀을 씻어

헹구고 있는 사이
보아라, 죽어서

땅에 떨어진
저 가느다란

풀잎에
푸르고 생생한

기적이 돌아왔다

창백한

고목나무에도
일제히 눈펄 같은

벚꽃들이 피었다
누구의 손이

쓰다듬었을까
어디를 다녀와야

다시 봄이 될까
나도 그곳에 한 번

다녀오고 싶다


(문정희·시인, 1947-)

 

 

 



 

 우리나라 꽃들엔

우리나라 꽃들에겐
설운 이름 너무 많다


이를테면 코딱지꽃

앉은뱅이 좁쌀밥꽃


건드리면 끊어질 듯
바람 불면 쓰러질 듯


아, 그러나 그것들

일제히 피어나면
우리는 그날을
새봄이라 믿는다


우리나라

나무들엔
아픈 이름

너무 많다


이를테면

쥐똥나무

똘배나무

지렁쿠나무
모진 산비탈
바위틈에

뿌리 내려


아, 그러나

그것들

새싹 돋아

잎 피우면
얼어붙은

강물 풀려
서러운 봄이 온다


(김명수·시인, 1945-)

 

 

 

 

 


 봄에 소박하게 질문하다

몸 풀린 청량천 냇가

살가운 미풍 아래
수북해서 푸근한

연둣빛 미나릿단 위에
은실삼단 햇살다발

소복하니 얹혀 있고
방울방울 공기의 해맑은

기포들 바라보는

눈자위에서 자글자글 터진다

냇물에 발 담근 채

봇둑에 퍼질러앉은 아낙 셋
미나리를 냇물에 씻는

분주한 손들
너희에게 묻고 싶다,

다만, 살아 기쁘지 않느냐고

산자락 비탈에

한 무더기 조릿대
칼바람도 아주 잘 견뎠노라

자랑하듯


햇살에 반짝이며

글썽이는 잎, 잎들
너희들에게도 묻고 싶다,

살아 기쁘지 않느냐고

폭설과 혹한, 칼바람 따윈

잊을 만하다고
꽃샘추위며 황사바람까지

견딜 만하다고
그래서 묻고 싶다,

살아 기쁘지 않느냐고


(엄원태·시인, 1955-)




 

 

그대 생의 솔숲에서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 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

눈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


(김용택·시인, 1948-)

 

 



  봄은

굳었던 관절이

부드러워지듯
봄은 가까이 더

깊숙이 들어왔다

 
걸음이 빨라지고
얼굴 가득

미소가 번져나는,


꿈꿀 준비가 되어

있는 자와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는

 자에게는
욕심 없이

건강해질 수 있는

계절이다.

 

봄은

오,
그 누가 첫사랑 같은

설렘 가득한 봄날에


희망으로 가는 통로를
행복으로 가는 첫 계단을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집중할 수 없는

순수와 열정은 가라
거짓사랑도 가라


(이희숙·시인, 1964-)




 



 봄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날과 시

봄날에 시를 써서 무엇해
봄날에 시가 씌어지기나 하나


목련이 마당가에서

우윳빛 육체를 다 펼쳐보이고


개나리가 담 위에서

제 마음을 다 늘어뜨리고


진달래가 언덕마다 썼으나

못 부친 편지처럼 피어있는데


시가 라일락 곁에서

햇빛에 섞이어 눈부신데


종이 위에 시를 써서 무엇해
봄날에 씌어진 게 시이기는 하나 뭐


(나해철·의사 시인,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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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울타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2.21 안녕 하세요?
    인천상록수님!

    반갑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귀중한 발걸음
    고운흔적 남겨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늘~건강 하시고, 행복 하세요(빵긋)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작성자에스페로 | 작성시간 19.02.21 봄에 관한 예쁜 시 감사 드리며 좋은 하룻길 되세요~~
  • 답댓글 작성자울타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2.21 안녕 하세요?
    에스페로님!

    반갑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귀중한 발걸음
    고운흔적 남겨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늘~건강 하시고, 행복 하세요(빵긋)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작성자이면장 | 작성시간 19.02.21 울타리지기님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지난
    2월19일 정월대보름날
    내린비가 마치
    봄을 제촉한 비같이 느껴지는
    봄의 문턱에서

    아름다운 봄을 노래하는시
    봄바람에 휘날리는 여인의 치마에 시원한 여인의 모습을
    비롯한 아름다운 이미지작품
    즐감하면서
    따끈한커피 잘마시고
    오늘을 출발합니다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기쁨이넘치는
    즐거운 하루되셔요 울타리지기님 ♥꾸벅 ♥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울타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2.21 안녕 하세요?
    이면장 수석특별회원님!!

    반갑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귀중한 발걸음
    고운흔적, 남겨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항상 변함없는 카페사랑
    따뜻한 배려 주셔서
    다시한번 깊은 감사 드립니다

    존경하는 선배님의 격려와 응원에
    큰 힘이 됩니다.

    남녘에서 들려오는 봄바람의 훈풍에
    상큼하고 상쾌한 훈훈한 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늘~건강 하시고, 행복 하세요(빵긋)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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