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 차에 주말 동남아 골프
관광 여행객이
떠나는 어마무시하게 풍족한
나라가 되었지만...
가난했던 나라입니다.
잃어버린 것도 많습니다.
적어 봅니다.
조금이라도 좋은 구역은
맨발로 뛰던 검정 고무신 세대.
어깨 가로 묶음으로 하여
소리가 났던 몽당연필 세대.
꽃을 달고 다리에도 여기저기
흉터 자국 세대.
굶어 하교 길에는...
천방뚝 뽀삐,찔레 순, 우렁이,
고염, 개멀구, 개복숭아,
머루, 다래, 참꽃...
것은 샅샅이 뒤져서 다 먹고
다닌 허기진 세대.
지랄병, 천연두, 문둥병, 천식...
겪었지만 바르는 약은
된장이나 개멀구 잎사귀,
그리고 바르는 약은 아까징끼로,
몹쓸 고질병을 겪은 세대.
익지 않은 보리를 낫으로
보릿고개의 마지막 세대.
식은 보리밥 말아먹은
마지막 백비탕 세대.
가마솥 누릉지도 서로
먹으려고 했던 개걸 세대.
한 개도 못 빨아 먹고...
빨았던 사탕 공동 빨 세대.
춘자가 며칠 씹고,
그 다음 말자도 며칠 씹고...
다음날은 남동생들이
돌아가면서 씹었던...
츄잉껌 돌림빵 세대.
잔치 일 돕고 모심기 일도
도와 주려던 세대.
밥 량이 모자라지만
밥 한 그릇 다 비우지 못하고
몇 숟가락 남긴 세대.
한 그릇 사 먹지 못하고
힘없이 돌아오던 세대.
검정물 들여서 바지만 입었던
노팬티 마지막 세대.
보리쌀 혹은 감자 들고 가서
물물 교환 세대.
관솔 불로 숙제 했던...
콧구멍 시커먼 관솔불 세대.
부르고 한 통 살 돈 없어서
성냥 낱알로 사서 쓰거나…
밑불 무덤 만들어 사용했던
마지막 불씨 세대.
걸어 나가서 비누 없이 얼굴
씻고 이빨은 개울 고운 모래
모래치약 세대.
연속극 들으려고...
자리잡으러 가던 라디오
공동 청취 세대.
위해서 햇불 들고 초가지붕에
단백질 세대.
꽁꽁 얼면 진흙 속에 잠자는
미꾸라지 잡으러 다닌 세대.
20리 산길로 뛰어다니고,
부모들이 호롱불 들고 산
고개길까지 마중 나와서
집으로 돌아간 세대.
걸인은 아이 간을 빼먹는다.
이야기가 숨어 있어...
아이들이 많았던 세대.
산에 올라서 달맞이 불 피울
솟는 날은 불 피우면서,
매곡, 괴정,
신양, 잘패
잘 타는지 무언의 시합을
불꽃놀이 한 세대.
개떡 만들어도 별미로
치던 개떡 세대.
삼촌 양복 빌려 입고 갔던
마지막 양복 빌림 세대.
새색시 보고 싶어 꼬맹이들이
마중 나갔던 꽃가마 구경 세대.
옷 벗기는 것 구경한다고
들여다 보다가
덮어쓰면 불 꺼진 색시 방에
신랑각시 괴롭히던
장난끼 세대.
하나 없이 미군 보루박스 혹은
비닐형 비키니 옷장과
사글세 단칸 신혼방 세대.
패던 초야 놀이 한 세대.
이웃 마실 나가시고
해 떨어져도 안 돌아오시면...
마지막 호롱불 마중 세대.
모르고 어려서도 논밭에 나가
늘 부모님 말씀 듣고
모시는 마지막 세대.
다 함께
산소 벌초 다니는 마지막 세대
곡을 하고, 빈소와 제사를
정성껏 모셨던 마지막 세대
특근도 서로 하려고 했고,
주려고 먹지 않고 집으로
갖고 오던 공돌이 공순이 세대.
난방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연탄 가스 절명 세대.
객지에 나와 첫날부터
잠잘 곳 못 찾아 헤매던,
대책 없이 고향 떠난 세대.
부모님에게 대학 보내달라고
조르지 못하고...
방값 아끼려고 여러 명 한방에
같이 자취했던 마지막 쪽방 세대.
월남전쟁터를
먹을 수 있다 하고,
마지기
겂없이 전쟁터로 간 세대.
전부 대학 졸업시키고...
손자 손녀 돌보미로 살아가는
마지막 국졸 세대.
마련한 아파트 한 채마저
자식들 위해 팔고...
고향마을로 낙향해서 다시
농사짓다가 쓰러지면...
고급 외제 차에 실려서
더 머언 요양원으로 가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떠나는 쓸쓸한 외톨이
노인은 임종하리라!
- 조정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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