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누군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 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 꽃보다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 담장을 조용히 넘어 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 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밤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 내게 그랬습니다
- 김현태 -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