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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시 모음

작성자울타리|작성시간16.03.25|조회수14,681 목록 댓글 4

 4월의 시 모음

 

   4월의 노래 /백남옥 

 

 

01_들녘에 서서

김석규_

 

 

겨울이 왔다고 말했을 때부터

겨울은 가고 있었던 것

어둠과 참고 견디기 어려웠던 추위의 끝에서

햇빛에 반짝이는 새로 돋는 풀잎이고 싶다.

 

 

 

02_윤사월

박목월_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대이고

엿듣고 있다.

 

 

 

03_껍데기는 가라

신동엽_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04_개화  

이호우_

 

 

꽃이 피네 한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05_조춘

정인보_

 

 

그럴싸 그러한지 솔잎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다 산 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볕발 아래 들려라.

이른 봄 고운 자취 어디 아니 미치리까

내 생각 엉기울젠 가던 구름 머무나니

든 붓대 무능타 말고 헤쳐 본들 어떠리.

 


 

 

06_4월

전봉건_



무언지......눈이 부신 듯

수줍어만 하는 듯

자꾸만 마음이 안 놓이는 듯

바쁘고 그저 바쁜 듯

마치......새 옷을

입으려고

다 벗은 색시의

샛말간 살결인 양

 

 

 

07_

윤동주_

 

 

봄이 혈관 속에 혈관처럼 흘러

돌, 돌, 시내 차가운 언덕에

개나리,진달래,노오란 배추꽃

 

삼동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08_어서 너는 오너라

박두진_

 

 

4월_ 복사꽃 피고

살구꽃 피는 곳

너와 함께 뛰놀며 자라난

푸른 보리밭에 남풍은 불고

젖빛 구름

보오얀 구름 속에 종달새는 운다.

기름진 냉이꽃 향기로운 언덕.

여기 푸른 밭에 누워서 철이야

너는 늴늴늴 가락 맞춰 풀피리나 불고

나는

나는

두둥실 두둥실 붕새춤 추며

먹쇠와 돌이와 복술이랑 함께

우리 우리 옛날을

옛날을 뒹굴어 보자.


 

 

09_봄이 오는 소리

권우상_

 

 

언 땅이 풀리고 아지랑이가 살금살금

기지개를 켜면

내 고장 들녘은 봄이 오는 소리로 가득 찬다.

삘릴리 삘릴리 아이들의 피리 소리에

개나리는 얼굴이 노래지고,

삘릴리 삘릴리 아이들의 버들피리 소리가

목련 나무에 매달리면 하얗게 목련이 웃는다.

 

내 고향 마을을 갔다 오면 ,

호주머니 속에서도 봄이 오는

소리가 쏟아지고

잠이 들어도 꿈속에서 봄이 오는

소리만 귀에 들린다.


 

 

10_ 봄  

김진성_

 

 

사랑이 태도를 바꾸어

밀착하고 또 밀착하면서

왜 입술도 허럭하는가 했더니

종다리 아지랑이

솟아 오르는 봄이로구나

 

 

 

11_ 황무지 중 埋葬에서

T.S.엘리어트_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은 자라나고

(Breeding Lilacs out of dead land)

추억과 욕정이 뒤섞이고

잠든 뿌리가 봄비로 깨우쳐지고

겨울이 차라리 따스했거니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고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메마른 구근으로 작은 목숨을 이어 줬거니........

 

 

 

12_ R브라우닝

 

해는 봄. 날은 아침. 아침은 일곱시.

이슬은 둔덕에 방울방울 빛나고

종달새 나래 쳐 오를 때

달팽이는 풀숲으로 기어다닌다.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고

이 세상은 모두 태평하다

 

 

 

13_심호은자_尋胡隱者

高啓(고계, 명나라 시인)_

 

 

물을 건너고서 다시 물을 건너고,

꽃을 보고서 다시 꽃을 보노라.

봄바람이 부는 강길 위의 경치에 도취되어

그대의 집에 벌써 도착된 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도다.

(渡水復渡水 看花還看花 春風江上路 不覺到君家)



 

 

14 _사람들은 왜 모를까

김용택_

 

 

아픈데서

피지 않는 꽃 어디 있으랴

꽃소식 환한 마음 보듬어

희망의 불 지펴 내일을 열자


 

 

15_개나리 중에서

이해인_



눈 웃음 가득히

봄 햇살 담고

봄 이야기 봄 이야기 너무 하고 싶어

잎새도 달지 않고 달려 나온

네 잎의 별꽃 개나리꽃


                 



 4월의 시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을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박목월·시인, 1916-1978)





 4월 비빔밥  


햇살 한 줌 주세요

새순도 몇 잎 넣어주세요

바람 잔잔한 오후 한 큰 술에

산목련 향은 두 방울만

새들의 합창을 실은 아기병아리

걸음은 열 걸음이 좋겠어요

수줍은 아랫마을 순이 생각을

듬뿍 넣을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고명으로 얹어주세요

(박남수·시인)








4월


절을 에워싼 산빛이 수상하다.

잡목 사이로 여기저기

펄럭 걸린 진달래.

단청 엎질린 것 같다.

등산로를 따라 한 무리

어린 여자들이 내려와서

마을 쪽으로 사라진다.

조용하라, 조용히 하라 마음이여

절을 에워싼 산빛이 비릿하다.

(문인수·시인)



                   



 4월 - 햇살 


어머니, 어머니여 

자애로운 어머니여 

가지마다 새싹 돋게 하였듯 


콘크리트 벽에 갇혀 

핏기 잃은 가여운 생명에게도 

당신의 젖꼭지 물려주오


(김태인·시인)




 4월  


여기저기 봄꽃들 피었다. 


가로수 왕벚꽃

화려한 왕관을 쓴 채 

임대아파트 울타리에 매달린

어린 개나리를 내려다보고 

철없는 목련은 하얀 알몸으로 

부잣집 정원에서 일광욕을 한다. 


서로를 향해 미소 짓는다. 

화려함이 다르고,

눈높이가 다르고 

사는 동네가 다르지만 

그것으로 서로를 무

시하지 않는다. 

빛깔이 다르지만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다. 


어우러져서 참 아름다운 세상.


(한승수·제주의 서정시인)



 4월의 편지    

  

꽃이 울면 하늘도

울고 있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꽃이 아프면 꽃을 품고 있는 

흙도 아프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꽃이 웃으면 하늘도

웃고 있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꽃이 피는 날

꽃을 품고 있는 

흙도 헤죽헤죽 웃고

있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맑고 착한 바람에 

고운 향기 실어 보내는

하늘이 품은 사랑 

그대에게 띄우며 

하늘이 울면 꽃이 따라 울고 

하늘이 웃으면

꽃도 함께 웃는 봄날 

그대의 눈물 속에 내가 있고 

내 웃음 속에 그대가 있음을 

사랑합니다

(오순화·시인)





 4월 


바람의 힘으로 

눈 뜬 새싹이 나풀거리고 

동안거 끝낸 새잎이 파르르 

목단꽃 같은 웃음

사분사분 보낸다 


미호천 미루나무는 

양손 흔들며 환호하고 

조치원 농원에 옹기종기 박힌 

복숭아나무는 복사꽃 활짝 피우며 

파안대소로 벌들을 유혹하고 


산수유 개나리 목련화는 

사천왕처럼 눈망울 치켜뜨고 

약동의 소리에 귓바퀴 굴린다 


동구 밖 들판에는 

달래 냉이 쑥 씀바귀가 

아장아장 걸어나와 

미각 돋우라 추파 던지고 


둑방길에는 밥알 같은 

조팝나무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다

(반기룡·시인)



 4월 


잔인한 잔치 

시작되었네. 

처소 곳곳에 


퉁퉁 불어 있던 

몸 동아리 

터져 나오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 나오듯 

하늘 향해 천지를 개벽시키네. 


날카로운 칼바람 

견디어 온 

환희의 기쁨 숨어 있었네.

(윤용기·시인)




4월에 내리는 눈 


눈이 온다 

4월에도 


교사 뒤뜰 매화나무 한 그루가 

열심히 꽃을 피워 내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을 맞는다 


엉거주춤 담벼락에

오줌 누다 들킨 녀석처럼 

매실주 마실 생각 하다가 

나도 찬 눈을 맞는다 

(안도현·시인)





4월에 


숨죽인 빈 空間을 차고 

새가 난다. 

물오른 나무들의 귀가 

쏟아지는 빛 속으로 

솟아오르고 

목숨의 눈부신 四月은 

유채꽃 향기로 가득하다. 


아름다워라 

침묵만큼이나 

안으로 충동질하며 

온 피 걸러 

生命의 진액으로 타는 

四月의 하늘이여. 


다만 살아있음이 

눈물겨워

(박송죽·시인)





 4월에는 

  

축축해진 내 마음에 

아주 작은 씨앗 하나 

떨구렵니다 


새벽마다 출렁대는 

그리움 하나 


연둣빛 새잎으로 

돋아나라고 

여린 보라 꽃으로 

피어나라고 


양지쪽으로 가슴을 열어 

떡잎 하나 곱게 가꾸렵니다. 

(목필균·시인)





 4월 


언제 우레 소리 그쳤던가, 

문득 내다보면 

4월이 거기 있어라.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언제 먹구름 개었던가. 

문득 내다보면 

푸르게 빛나는 강물, 

4월은 거기 있어라. 

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 

열병의 뜨거운 입술이 

꽃잎으로 벙그는 4월. 

눈뜨면 문득 

너는 한 송이 목련인 것을, 

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돌아보면 문득 

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 

(오세영·시인) 





 4 월의 바람


모짜르트가 흐르는 거실에서

홀가분한 마음 되어

커피 한 잔 말없이 마시니

잠에 취했던 나의 영혼 기지개를 켠다


맑은 기분으로 4월의 햇살을 받으며

돌산 밑 작은 동네를 지날 때면

골목 파란 대문집 라일락 꽃잎은

내 볼을 어루만지는데


4월의 바람 오늘은 더욱

여며진 내 가슴을 헤집으며

어제와는 다른 몸짓으로 하여

나를 반긴다.

(홍경임·시인)





할머니의 4월 

  

시장 한 귀퉁이 

변변한 돋보기 없이도 

따스한 봄볕 

할머니의 눈이 되어주고 있다 


땟물 든 전대 든든히 배를 감싸고 

한 올 한 올 대바늘 지나간 자리마다 

품이 넓어지는 스웨터 

할머니의 웃음 옴실옴실 커져만 간다 


함지박 속 산나물이 줄지 않아도 

헝클어진 백발 귀밑이 간지러워도 

여전히 볕이 있는 한 

바람도 할머니에게는 고마운 선물이다 


흙 위에 누운 산나물 돌아앉아 소망이 되니 

꿈을 쪼개 새 빛을 짜는 실타래 

함지박엔 토실토실 보름달이 내려앉고 

별무리로 살아난 눈망울 동구밖 길 밝혀준다 

(전숙영·시인)





 4월 


사월이 오면 

옛 생각에 어지럽다. 


성황당 뒷골에 

진달래 얼굴 붉히면 

연분홍 살구꽃은 

앞산 고갯길을 밝히고 


나물 캐는 처녀들 

분홍치마 휘날리면 

마을 숫총각들 가슴은 

온종일 애가 끓고 


두견새는 짝을 찾고 

나비들 꽃잎에 노닐고 

뭉게구름은 졸고 

동심은 막연히 설레고 


半白 긴 세월에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그 시절 

앞마당에 핀 진달래 

그때처럼 붉다. 

(박인걸·목사 시인)




4월이 떠나고 나면 


꽃들아, 4월의 아름다운 꽃들아. 

지거라, 한 잎 남김없이 다 지거라, 

가슴에 만발했던 시름들 

너와 함께 다 떠나버리게 


지다보면 

다시 피어날 날이 가까이 오고 

피다보면 질 날이 더 가까워지는 것 

새순 돋아 무성해질 푸르름 

네가 간다 한들 설움뿐이겠느냐 


4월이 그렇게 떠나고 나면 

눈부신 5월이 아카시아 향기로 

다가오고 


바람에 스러진 네 모습 

이른 아침, 맑은 이슬로 피어날 것을 

(목필균·시인)



 

 

4월의 노래 / 노천명


사월이 오면은,
사월이 오면은
향기로운 라일락이 우거지리
회색빛 우울을 걷어 버리고
가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
저 라일락 아래로
라일락 아래로
푸른물 다담뿍 안고 사월이 오면
가냘푼 맥박에도 피가 더하리니
나의 사람아 눈물을 걷자
청춘의 노래를 사월의 정령을
드높이 기운차게 불려 보지 않으려나
앙상한 얼골이 구름을 벗기고
사월의 태양을 맞기 위해
다시 거문고의 줄을 골라
내 노래에 맞추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



 

 

 4월의 시 -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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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진도강 작성시간 16.03.26 4월의 고운 시 모음
    감상 잘했습니다
    주옥같은 4월의 고운 시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주말되세요~^^
  • 답댓글 작성자울타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3.26 진도강님~!!

    함께 공감해 주시고
    고운흔적, 감사 합니다

    늘~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빵긋
  • 작성자함께한 나날~ 작성시간 16.03.26 꽃이 울면 하늘도 울고 있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
    꽃이 아프면 꽃을 품고 있는 흙도 아프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
    꽃이 웃으면 하늘도 웃고 있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
    인생에서최고의 행복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지요
    주옥 같은 4월의 시 모음집 감사합니다 울타리님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울타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3.26 함께한 나날님~!!

    함께 공감해 주시고
    고운흔적, 감사 합니다

    늘~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빵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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