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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편지

작성자민준|작성시간18.06.13|조회수5,849 목록 댓글 4

➰아내의 편지➰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그는 허름한 작은 방에서 아내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아내가 긴 병마를 이기지 못해
세상을 등진지 1년...

사무치는 그리움에 절망 속을 허우적대던 남편은 마침내 결심했습니다.

아내를 따라가기로 한 것입니다. 그는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어

아내의 빈자리를 더 휑하게 느끼게 만드는 집안을 말끔히 정리했습니다.

"여보, 나 너무 못났지? 미안해.
더는 버틸 힘이 없어..."

그는 빈방에서 아내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때 잠들어 있던 아들이 눈을 비비며
깨어났습니다.

"아빠, 뭐해?"

아빠의 흐느낌에 선잠을 깬 아들이 아빠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이제 겨우 여섯살. 아빠의 절망을,
그리고 절망 끝의 선택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린 아들입니다.

"상우야,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아빠 보고 싶어도 꾹 참아야 한다. 그래야 착한 아들이지."

아이는 착한 아들이 되고 싶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는 그렇게 단단히 다짐을 받은 뒤 출장을 핑계로 아이는 외가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할머니와 상우는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상우, 할머니한테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그러나 그의 슬픔을 읽기라도 한 듯 하늘에선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맡기고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 온 그는 마음 속으로 아내를 불러봅니다.

"여보! 조금만 기다려.
지금 곧 당신한테.... 당신한테
갈께...."

약병을 들고 남편은 속엣말을 하며 아내 사진앞에 앉았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끝낸 뒤 아내의 물품을 정리하던 그는 장롱 속 깊숙한 곳에서 아내의 체취가 묻은 일기장을 발견했습니다.

일기장을 펼치려는 순간 툭 하고
편지가 떨어졌습니다.

편지는 아내가 죽음을 예감한 뒤
그에게 남긴 유언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상우 생일이 되면 동네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한 장 찍어 주세요.

그리고 화장대 서랍에 꼭 맞는 액자가
있으니까 거기에 넣어 거실에 걸어줘요.

똑같은 걸 스무개 샀어요.
스무 살이 될 때까지그렇게 해달라는
거예요.

찬장에 둔 와인은 당신 마시면 안 돼요. 우리 아들 태어나던 해 담은 건데,

신혼여행 갈 때 싸서 보내주세요.
여름에 출근할 땐 썬 크림 바르는거 잊지 마세요.

안 그러면 피부가 상해서 나이보다
늙어 보일거야.

봄 가을엔 꼭 구충제를 먹어야 해요. 당신도 상우도 강아지도 같이요.

그리고 하루에 한 번은 아이를
안고 '사랑한다'고 말해 주세요."

여기까지 읽고 나서 남편은 꺼이꺼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아내의 당부는 계속됐습니다.

"영구치가 나면 치과에 가서
불소치료를 받게 해 주세요.

새 친구가 생기면 어떤 아이인지
꼭 만나 보세요."

남편의 자살 결심을 돌려 놓은 건 편지의 맨 마지막에 쓰여있는 구절이었습니다.

"내가 가장 바라는 건 당신이 행복하게
지내는거예요.

아침 밥 꼭 챙겨드시고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요.
당신 정말 멋진 사람이예요."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눈물이 편지를 온통 적시며 그렇게 한참을 울었습니다.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불러도 불러도 대답없는 아내를 그리며...

남편은 아내의 편지를 품에 안고 한참을 울다가 눈물을 닦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울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편지를 가슴속에 소중히 접어넣은 뒤 상우를 데려와서는 사진관부터 찾았습니다.

사진사 아저씨가 상우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보게 했습니다.

"고개를 왼쪽으로, 좀 더, 더 좋아,
그대로...."

남편은 앞으로는 약한 마음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거실벽에 상우 사진을 걸며 환하게 미소지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아내가 미주알고주알 당부한 일들을 들어 주어야 하니까요.

남편은 상우와 그 사진을 보며
두 손을 꼭 잡았습니다. .....

*좋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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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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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주니 | 작성시간 18.06.13 참으로 멋진 글입니다.
    가슴 깊이 저며드는 아련한
    감동에 눈시울이 젖네요.
    좋은 글에 감사합니다.
    댓글 이모티콘
  • 답댓글 작성자민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06.13 감사합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에스페로 | 작성시간 18.06.13 감사 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민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06.13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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