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 옛날이여

작성자녹림처사|작성시간24.02.16|조회수683 목록 댓글 2

◈ 아 ~ 옛날이여 !! ◈

 

설악산 입구에 있는 설악동은

1990년대까지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북적였지요

수학여행 1번지이자 신혼여행지로도 인기였어요

호텔과 콘도 등 숙박 업소가 80여 곳에 이르렀고

상가는 150개를 넘나들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유령 마을’이 됐어요

오랜 시간 방치된 숙박 업소는 폐가나 진배없고

문 닫은 상가는 간판 도색이 벗겨져 을씨년스럽지요

옛모습만 생각하고 오랜만에 찾아갔다가

사람 발길조차 끊긴 풍경에 놀란다고 하지요

 

설악동은 원래 놀거리를 포함해 6개 지구로 계획됐다가

숙박 위주의 3개 지구만 개발했어요

그래도 돈이 벌렸지요

그 돈이 눈을 가렸기 때문일까요?

국민 소득 증가로 관광 패턴이 먹고 자고 보는 데서

즐기고 노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어요

“스포츠와 레저·위락 시설을 넣기로 한

나머지 3개 지구를 개발했다면

급격한 유령화를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한탄이

뒤늦게 나오고 있지요

 

1970~1980년대 온천도 설악동 못지않게 인기였어요

그 시절 TV 드라마 ‘야, 곰례야!’엔 정자가 남편 마영달에게

“온천 한번 가자”고 조르는 장면이 나오지요

온천 가는 게 최고의 호사였던 시대상이 드라마에까지 반영된 것이지요

창녕의 부곡 하와이, 구례의 지리산 온천랜드, 충주의 수안보 온천에

연간 수백만명이 몰려갔어요

그랬던 곳들이 지금은 폐업과 무기한 휴업, 방문객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지요

 

명동·압구정동과 함께 서울의 3대 황금 상권으로 꼽히던 신촌도

깊은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연세대 정문으로 이어지는

알짜 상권이었던 연세로조차 곳곳에 공실이지요

연대생 카페로 불리던 독수리다방조차 폐업과 재개업의 풍파를 겪었어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학생)의 성지였던 민들레영토는

노래방으로 바뀌었지요

스타벅스와 크리스피도넛 등이 국내 1호점을 냈던

유행의 전진기지라는 명성도 잃었어요

 

신촌은 청년 문화의 성지이자 산실이었지요

영화 ‘바보들의 행진’과 ‘겨울 나그네’

1970~1980년대 신촌을 배경으로 탄생했어요

김현식·이광조·이정선·엄인호·한영애가 밴드 ‘신촌블루스’에서 활동했지요

그들의 아지트이자 인근 대학생들이 즐겨 찾던 카페와 주점,

서점이 문을 닫거나 연남동, 홍대 등으로 옮기며 활기를 잃었어요

장사가 되자 임대료를 과도하게 올려 상인들을 밀어낸 탓도 있지만

변화에 뒤처진 것이 근본적인 문제일 것이지요

신촌 상인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고 하는데

다시 일어나 옛 활기를 되찾기를 기원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람 없기로는 이곳 뿐만이 아니지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지자체들은 인구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어요

경상북도 봉화군은 올해 1월 기준 주민등록인구는 3만96명이지요

봉화군은 한때 인구 10만명이 넘는 농업도시였지만

저출산·고령화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결국 지방소멸의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인구 3만명 문턱까지 닿았지요

봉화군청은 지난달 인구전략과를 신설하는 등

인구 3만명을 사수하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인구 3만명 사수 작전'은 봉화군만의 관심사가 아니지요

인구 3만명 문턱에 놓인 지방자치단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요

이미 인구 3만명 아래로 떨어진 지자체도 속출하고 있지요

정부는 이들 지자체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인구감소라는 시대적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지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인구 3만명 미만 지자체는 19곳이지요

15년 전에는 인구 3만명 미만 지자체가 12곳이었어요

전국적으로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되면서 인구 3만명의 벽이 무너진

지자체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요

2008년 3만5000명 수준이던 전라남도 진도군의 인구만 하더라도

지난해 3만명 밑으로 떨어졌어요

 

현재 인구가 가장 적은 기초지자체는 경상북도 울릉군(8967명)이지요

이어 경상북도 영양군(1만5988명), 인천광역시 옹진군(2만585명),

전라북도 장수군(2만1272명) 순이지요

인구가 3만명 아래로 줄어든 지자체는 모두 군(郡) 단위인데.

옹진군은 군정목표를 '인구 3만을 향한 변화하는 새로운 옹진'으로

설정할 만큼 위기 의식을 갖고 있어요

 

인구 3만명을 지키지 못한 지자체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지요

올해 1월 기준으로 봉화군을 비롯해 충청남도 청양군(3만163명),

경상북도 고령군(3만333명), 전라남도 함평군(3만767명)의 인구가

3만명에 근접하고 있어요

청양군은 지난해 인구 3만명을 유지하기 위한 7대 전략을 마련했고,

고령군은 주소갖기 운동을 펼치고 있지요

 

봉화군청 관계자는

"'3만 군민'이라는 표현도 못 쓰게 될까봐 걱정이 많다"

"인구 3만명 선이 무너지지 않도록 인구전담 조직을 재정비했다"고 말했어요

이 관계자는 "올해부터 전입 시 이주비를 지원하고,

청년들에게는 주거비도 제공할 것"이라며

"인구 3만명이 무너지면 지방교부세 등 지원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군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인구 3만명 미만 지자체들은 과거 특례군 지정을 요청하기도 했지요

단양군청 관계자는 "2019년 단양군수를 중심으로

특례군법제화 추진협의회가 만들어졌는데 인구감소지역 지원근거가 생겨서

원하던 법제화 목표는 이룬 상황"이라며 "89개 인구감소지역은

괴산군을 중심으로 협의회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나오는 중"이라고 말했어요

 

이처럼 많은 지자체가 인구감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인구 감소의 늪을 빠져 나올수 없을것 같아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어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一松) *-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박서연(수필 작가) | 작성시간 24.02.17 ㅋㅋㅋ
    녹림처사님 덕분에
    추억이 소환되어 순간
    행복합니다.

    설악산이 그정도로
    유령마을이 되어있나요(;;~

    야 곰례야는 정윤희 주연
    아니었던가요? ㅎㅎㅎ

    저의 신혼 여행지가
    수안보 온천이었답니다.

    요즘 젊은이들
    홍대로 가던디요 ㅋㅋ

    지난번에 일본 교토로 가족
    여행을 갔었는데
    그곳도 유령도시가 더러는
    보이든데 바로 그짝이네요

    70년대에 둘만 낳아서
    잘기르자 란 표어가 원망스럽네요 ㅠㅠ

    덕분에 많은 걸 생각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녹림처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2.19 그러셨군요
    옛날이 많이 생각나시겠어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들은 모두 피폐해져 가고 있어요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