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여뿐 아줌마와 동백기름 ◈
때는 1930년대 였어요
어느 마을에 아주 어여뿐 아줌마가 있었지요
그런데 이 아줌마는 장날이면 어김없이 나타 났어요
언제나 자주빛 저고리에 청치마을 입었고
얼굴에는 뽀얀 분칠을 하였지요
그런데 단정한 이 아줌마에겐 남다른 곳이 있었어요
쪽진 검은 머리가 유난히도 반들거렸지요
다른 사람들의 머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더욱 예뻐보이고 우아해 보이기 까지 했지요
그런 모습으로 장터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으니
많은 한량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어요
이 아줌마에겐 머리카락이 유난히 반들거리게 하는 비결이 있었지요
바로 동백나무 열매로 기름을 짜서 머리에 발랐어요
그때만 해도 보통사람들은 그 비결을 전혀 몰랐지요
당시 여인들은 절개가 느껴지는 날선 가르마를 중심으로
좌우로 머리를 빗은후 비녀를 찔러 쪽머리를 두르는 것을 미(美)의 기준으로 삼았어요
거기에 참빗에 머릿기름을 발라 윤을 내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여인의 상징으로 여겼지요
눈같이 하얀 자태를 드러내는 가르마와 윤기가 흐르는 쪽머리
이것이 이 아줌마의 자랑이요 맵시였어요
이 아줌마의 이름은 '윤독정' 이었지요
이 어여뿐 아줌마가 터를 잡은 곳은 다름아닌 개성( (開城 )이었어요
이곳에 창성삼점(昌盛商店)이라는 간판을 걸고 동백기름을 팔기 시작 했어요
그녀는 동백나무 열매를 곱게 빻아 기름을 추출한뒤
고운 베보자기로 한번 더 걸러낸 동백기름을 팔았지요
당시 동백기름외에 아주까리 기름 수유기름을 비롯해 일본에서 건너온 왜밀기름 등
수많은 머릿기름이 있었지만 동백기름 만큼 윤기를 오래 지속시켜 주지는 못했어요
1932년대 당시 화장품 이라고는 '동동구리무'나 '박가분'이 전부 였지요
그러다 보니 이 아줌마의 동백기름이 불티나게 팔렸어요
이 아줌마는 당시 대부분의 여성들처럼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었지요
주변사람들로부터 '여중군자'라고 불릴만큼 횔동적이고 사교적이었어요
그런데 이 아줌마에게는 3남3녀의 자녀가 있었는데
들째아들이 엄마의 일을 도왔지요
그의 이름은 '서성환' 이었어요
그때나이 열댓살 먹은 아들은 도시락 세개를 등에 메고
개성에서 서울 남다문 시장까지 자전거로 달렸지요
동백기름 원료를 사오기 위해서 였어요
이렇게 아들은 어머니의 일을 열심히 도왔지요
그런 그가 나이가 들어 장성하자 1945년에
어머니의 사업을 이어받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어요
이왕에 사업을 할려면 서울로 가야 한다며
해반직후 남대문 시장에 '태평양화학공업사'를 차렸지요
태평양 만큼이나 큰 사업체를 만들겠다는 웅지(雄志)와
태평양을 건너 세계로 진출하겠다는 도전의지(挑戰意志)를 담은 이름이었어요
광복후의 혼돈과 전쟁의 아픔속에서도
아름다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끊임 없었지요
태평양 화학이 1947년 출시한 영양크림"메로디 크림"과
6.25 전쟁중에 내놓은 국내 최초 식물성 포마드인 "ABC포마드"는
젊은 남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그렇지만 아들 서성환은 이런 인기에 자만하지 않고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타이틀에 도전 했지요
연구실을 차린것도 그중 하나였어요
서성환은 1954년 서울 중구 후암동에 국내 최초로 화장품 연구실을 만들었지요
비록 화장실을 개조해 만든 세평남짓한 공간이었지만
100번 넘게 실험을 진행해 만들었다는
"ABC 100번크림"이 탄생한 것도 바로 이곳이지요
세상에서 가장 로멘틱한 단어가 아모레(amore)라 하지요
아모레(amore)는 사랑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인데
윤여사의 아들 서성환 사장은 여자들의 예뻐지려는 마음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접목시켜 화장품 이름을 '아모레'리 이름지었어요
그러면서 1964년부터 화장품 유통에 국내최초로 방문판매 시스템을 도입했지요
당시 국내에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이 적지 않았어요
마땅한 돈벌이가 없던시절 방문판매 시스템은 이런 여성들에게 날개를 달아 줬지요
1980년대 후반까지 방문판매 시장은 급성장 했어요
거미줄처럼 촘촘한 전국 유통망은
태평양 화학이 대기업으로 도약하는데 큰 기여를 했지요
태평양은 1964년 국내산 화장품으로 최초로 해외수출을 시작하였고
1990년도에는 글로벌 전략을 추구하며
중국과 프랑스에 공장을 설립해 현지생산기반을 마련 했어요
이루 2006년 6월 지주회사 설립과 함께 서성환 회장의 둘째아들 서경배 회장이 취임하여
태평양에서 '아모레퍼시픽'으로 사명을 바꾸면서
연매출 1조 7690억원(2009년기준)의 글로벌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 했지요
2000년대들어 아시아 뷰티 크리에이터를 표방한 아모레퍼시픽은
한방 화장품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의 한방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를 탄생시켰으며
이를 토대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게 되었어요
현재 북미,서유럽,동남아시아,대중화권,일본의 세계 5대권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지요
특히 중국과 미주, 프랑스를 3대 축으로 사업역량을 집중하고 있어요
올해로 창립79년 맞은 아모레퍼시픽은 10개 글로벌 메가프랜드를 육성해
세계 5대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지요
메가프랜드란 연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해당 사업영역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브랜드를 뜻하지요
순수 국내 기술만으로 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아모레 퍼시픽의 기업 이념이자 신념이지요
윤여사의 손자 서경배 회장은 '수입브랜드를 판매할 계획은 없다'며
'지금도 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어요
한 아줌마의 소담한 꿈이 세계제패를 눈앞에 두고 있는 순간이지요
그러면 윤여사가 사용한 동백기름은 과여 어떤 기름이었을까요?
동백하면 우아한 처자들 머리를 한올도 흐트럼 없이 반듯하게
매만져 주던 기름을 연상하게 하는데
윤여사가 사용하고 팔았던 기름도 순수한 동백기름 이었을까요?
그러나 동백나무는 남부지방에만 서식히고 있어
북쪽지방 에서는 보기힘든 아주 귀한 존재 였어요
그래서 북쪽지방 사람들은 동백기름 대신 생강나무 열매로 기름을 짜서
동백기름 대신 머릿기름으로 사용하게 되었지요
이때부터 생강나무를 진짜 동백나무가 아닌 '개동백나무'로 불리게 되었어요
그런데 특이한 것은
진짜 동백기름 보다 생강나무 열매로 짠 기름이 더 향기롭고 더 윤이 난다는 사실이지요
처음에는 서민용 기름으로 쓰이던 것이 나중에는 뒤 바뀌어 귀중품이 되었어요
동백기름 보다 향기도 뛰어나고 윤기도 더 오래가고
그러자 점차 고관대작 귀부인들까지 생강나무 기름을 찾기 시작했지요
그러다 보니 동백기름은 일반 대중용 머릿기름이 되었고
사대부집 귀부인이나 고관대작 부인들 그리고 장안에 내노라 하는 명기(名技)들 마져
생강나무 기름을 찾게 되었어요
여기에 착안하여 윤여사는 기지를 발휘했어요
진짜 동백기름이 아닌 더 품질좋은 생강나무 기름을 '창성삼점'에서 팔았던 것이지요
원료값이 비싸도 순수원료를 구입하여 직접 기름을 짜서 우수한 품질을 만들었어요
그러자 품질이 매우 뛰어나고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게되자
수요를 따르지 못할 정도로 인기를 끌게 되었지요
자신감을 얻은 윤여사는 '창성삼점'이라는 생산자 명칭을 붙이게 되었고
나중에는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생겨 "창성당제품 오리지날"이라는
내용을 삽입하기 까지 하였어요
이렇게 그 유명한 아모레 화장품의 역사는 시작 되었지요
이제 윤여사의 꿈이 피어나듯
새봄과 함께 노오란 생강나무 꽃이 활짝 피었어요
이번 봄에는 생강나무 꽃도 감상해 보시고
그 열매로 술을 담가 먹으면 금육과 뼈가 튼튼해지고 머리도 맑아진다 하니
한번쯤 생강나무의 효험을 느껴보시는 것도 좋을듯 하네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一松) *-
▲ 아모레를 창립한 윤독정 여사
▲ 아름다운 아모레 방문판매 여인들
▲ 생강나무 꽃
▲ 생강나무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