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름은 코를 골지 않는다
김재현
이불처럼 먼지를 뒤집어쓴 책
펼쳐 보니 잠든 글이 코를 골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코 고는 소리
먼지가 날리고 폐는 쿨럭댔다
어떤 글은 마음에서 꿈틀
책장을 거의 다 넘길 때
뜯겨나간 자리에
잘려 죽은 글을 발견했다
코를 골지 않았다
글을 들여다보는 내내
다음 문장이 궁금했고
나는 까막눈이 되어
책 속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문득 궁금해졌다
나의 이름은 자는 건 아닌지
이름에 이불처럼 붙은
먼지를 털어낸다
코 골며 자던 이름이 눈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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