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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로드]]나르실리온-태양과달의노래#Epilogue

작성자히엔|작성시간09.02.10|조회수260 목록 댓글 21

 

 

 

 

 

-Epilogue

  

  

  

  

 

「그대는 하데스. 모든 죽은 자의 왕이자 저승의 왕.」

「어둠 속에서 어둠을 이끄는 왕이 되어라. 감히 그대의 어둠을 거역하는 자, 멸하여라.」


나는 저승왕 하데스. 저승, 즉 죽은 자를 다스리는 왕이다. 나는 이 지하세계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또 알 수 있다. 나는 하데스니까. 또한 이승의 것들도 알고 있다. 나는 하데스이며 이 저승에선 절대적인 존재. 내가 있기에 저승이 존재하며 저승이 존재하기에 이승이 존재한다. 이승이, 빛이 존재하는 것은 저승, 그림자인 우리가 떠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저승의 영혼들은 나에게 순종하며 복종한다.

그러나.

나는 행복한 것일까.

행복이란 것은 기쁘고 즐거운 것이라 한다.

나는 지금 기쁘고 즐거운 것일까. 어느 쪽이냐고 물으면 나는 절대 아니라 할 것이다.

나는 모든 질서를 알고 있는 하데스. 그러나 나는 정작 알아야 할, 몰라선 안 될 것을 모르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하데스. 그것은 저승왕을 일컫는 통칭이다. 그것은 나의 이름이 아니다.

저승왕은 공평함을 위해 자신의 기억을 전부 지워버린다. 아니, 지워야만 한다. 나는 지금 모든 것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가져야할 것은 갖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불행하다.


똑똑-.


“하데스님.”


고요한 검은 방을 울리며 노크소리가 들린다. 내 의지에 따라 문은 자동으로 열렸다. 그러자 화려한 불새의 날개를 가진 장신(長身)의 남자가 방으로 들어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나의 참모 가루다. 내가 존재하기 이전부터 존재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하데스의 시종을 들며 살아갈 존재.


“무슨 일입니까.”


나는 지금 무척이나 혼란스럽고 답답한 심정이다. 나는 들고 있던 와인 잔을 가만히 앞에 놓인 투명한 흑색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늘 답답하니 그 마음을 달래기 위해 항상 음료처럼 마시는 것이 이 와인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아무런 효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나의 마음의 갈증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아무리 충신인 가루다라 할지라도 그는 나의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없다. 아니. 그 누구도 나의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없다. 나는 이대로 이 답답한 갈증에 시달려야만 하는 것인가. 하데스란 그런 존재인 것인가. 그것이 이 자리의 대가인가.


“하데스가 되신 일주일 간 제대로 쉬시지도 못하셨습니다.”

“…….”


그렇다. 나는 하데스가 된지 아직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다. 하데스의 평균 수명은 만 년. 나는 만 년간 이렇게 시달리며 홀로 고독을 느끼고 또 절망하며 살아야하는 것일까.


“아무리 하데스이시더라도 그 상태론 견디시지 못합니다. 잠시 지상에서 쉬고 오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순간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나는 곧 다시 내가 하데스란 사실을 자각했다.


“지상…? 하지만 나는 하데스. 이 자리를 지켜야만 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하데스께서 자리를 비우신 동안엔 제가 직무를 돌보겠습니다.”


…….

귀가 솔깃해졌다.



***



나는 지상의 어느 마을 앞에 서 있다. 가루다가 추천한 곳이다.

예전 가루다에게 듣기론 내 바로 전, 얼마 전에 소멸한 하데스는 저승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수명을 깎아 여태껏 하데스 중 가장 적은 수명을 누렸다고 한다. 나는 여태껏 왜 그는 그런 짓을 한 걸까, 왜 자신의 수명을 깎은 걸까.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 그렇게나 소중한 일이었단 말인가, 란 의문을 품고 있었다.

…… 그러나 그 의문들은 지금 다 풀렸다. 내 앞에 펼쳐진 정경. 비록 부서져 복구 중인 마을일 지라도 나는 이 마을이 이전엔 얼마나 아름다웠는가를 쉽게 상상해볼 수 있었다. 뭐 건물들은 이미 거의 복원이 된 듯 했지만. 나의 눈엔 이 파괴된 마을에 예전에 살았을 사람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저 논밭 가운데로 난 오솔길을 소녀들이 웃으면서 걸었을 것이고 사람들은 함께 힘을 합쳐 농사를 지었을 것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했을 것이다. 파괴되었지만 그들의 추억은 이곳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문득 나의 눈엔 멀리에 즐겁게 뛰어놀며 마을을 구경하는 듯한 어린 아이들이 보였다. 유독 은발에 보랏빛 눈동자를 가진 소녀에게 눈길이 간다. 나와 같은 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갖고 있었으니까. 왠지 다가가 말을 걸고 싶었으나 곧 나의 신분을 자각하고 멈췄다. 나는 하데스니까 이곳 지상의 사람들과 친해져선 안 된다. 더군다나 저승과 이승의 시간은 다르다. 저승의 하루는 이곳의 1년이다. 내가 저승에서 하루를 지내는 동안 이곳은 이미 1년이 지난다. 그만큼 이곳은 너무나도 빨리 바뀌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곳에 정을 주어선 안 된다. 나는 다른 곳으로 가고자 돌아섰다.


"헉, 아저씨, 죄송해요~!"


돌아서서 발걸음을 떼려던 나는 발 아래로 굴러온 공을 내려다봤다. 어느새 나의 뒤엔 아까 은발의 소녀와 같이 있었던 깊은 보랏빛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높이 묶은 소녀가 달려와 얼른 공을 주우며 빙긋 웃고 있었다. 무척이나 깨끗한 미소다.


"실리, 아저씨가 뭐야……."


그 아이의 친구인 듯한, 무척 활발해 보이는 그 아이와는 반대로 왠지 힘없어 보이는 금발의 남자 아이가 소심하게 소녀를 툭툭 건드렸다.


"내 맘이다, 뭐! 바보 에렌!"

"아얏! 실리이~!!"


어느새 그 남자 아이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쏜살같이 도망쳐버린 소녀. 에렌이라 불린 아이는 분하다는 듯 후다닥 소녀를 따라 달려가 버렸다.

푸훗,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너무나도 편안하고 따뜻한 기분이다. 저들이 웃을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이 마을이 너무나도 평화롭고 아름답기 때문이겠지. 이곳이 저승의 그림자 세계였다면 저들은 과연 지금처럼 맑게 웃으며 뛰놀 수 있었을까. 아마 이전의 하데스도 나와 같은 장면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승을 그렇게 아름답게 꾸민 것일지도. 문득 그가 가꿔둔 저승을 그보다, 아니 그보다 더 아름답게 지켜나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영혼들이 쓸쓸하게 외롭지 않도록. 그들은 내가 지켜야 할 백성이니까.

고마워, 실리, 에렌, 그리고 이름 모를 은발의 꼬마.

음. 슬슬 가루다가 가보라 한 이 마을의 뒷산으로 가야겠다. 그곳으로 가면 더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겠지. 기대된다.



***



뒷산에 오르니 마을 정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늘하늘 춤추는 듯한 따뜻한 산들바람이 기분 좋게 내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흘러간다. …… 이상하다. 왜 이리 그리운 기분이 드는 걸까. 기억나지 않는 답답함. 가슴을 조여 오는 듯한 애절함. 나는… 이곳을 알고 있는 걸까. 그렇기에 가루다는 나를 이곳에 보냈던 걸까.


「하데스여. 당신은 3대 하데스. 저는 선대 하데스들을 섬겨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왕들의 곁에서 늘 봐왔습니다. 그 분들의 고독과 쓸쓸함을.」

「2대 하데스께선 말씀하셨습니다. 다음 하데스만큼은 고독함과 슬픔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조금이라도 슬픔의 무게가 가벼워졌으면 좋겠다고.」

「그것은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에 하데스여. 제가 알려드린 곳을 천천히 구경하시고 후에 산으로 올라가 숲으로 가십시오. 바람이 당신을 인도해드릴 겁니다.」


바람. 나는 바람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가 나를 부르고 있다. 들리진 않지만 누군가가 나를 부르고 있어. 다정한 목소리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누군가가. 나는 서둘러 바람을 따라 걸었다. 오랜 갈증을 씻을 수 있는 기억이란 이름의 물을 찾아 헤매는 듯.



***



 상쾌하고 맑은 안개가 낀 듯한 푸른 숲. 마치 이곳은 환상 속에 만들어진 이 세계와 격리된 다른 또 하나의 세계 같다. 너무나도 평화롭고 고요한 숲을 피콜로의 높지만 맑은 음색을 닮은 새소리가 시원하게 울리고 있다. 마치 나는 이곳을 탐험하는 기분이다. …… 하데스가 된 이레 이렇게 행복하고 편안한, 상쾌함을 느꼈던 적이 있던가. 나는 지금 정말 행복해하고 있다. 내 머리는 이곳을 모른다. 하지만 나의 영혼은 이곳을 알고 무척이나 기뻐하고 있다. 나는 이 앞에 무엇이 있을까, 란 기쁘고도 벅찬 두근거림을 안고 바람을 따라 걸었다. 그 어떤 선물도 나를 이렇게 즐겁게 할 순 없을 것이다. 저승으로 돌아가면 이런 곳을 한 군데 만들어야겠다. 그것이 나의 수명을 깎는 일이라 해도 좋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성을 이런 곳으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그 기척은 바람의 방향과 일치한다.

나는 날개를 접어 나무 사이로 난 길을 걸었다. 누굴까, 나를 이토록 부드럽게 이끄는 자는. 분명 나의 영혼이 아는 자일 것이다. 분명 이 바람처럼 부드럽고 상냥한 자일 것이다.

아.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설렘으로 걸어 도달하고야만 곳. 바람이 늘 감싸는 곳. 소리 없이 비밀스럽게 만들어진 무덤. …… 우리들만의 장소. 잃어버렸으나 소중한 추억이 남아 있는 장소. 현기증이 날 정도의 벅참과 그리움으로 그 무덤에 쓰러지려던 나를 바람이. 아니, 빛이 받쳐 안아주었다.

떨리는 시야에 흐릿하게 들어온 것은 흰 은발. 점점 시야가 맑아지며 들어온 것은 바람을 닮은 새하얀 미소의- 맑은 물빛 눈동자의 여인. 그리고. 그녀가 손에 쥐고 있는, 눈물 날 정도로 그리운 한 송이의 흰 꽃. 그녀의 작은 입술이 부드럽게 속삭인다.


"기다렸어요, 카인."


아.

가슴이 벅차올라 현기증이 나는 가운데 내가 깨달은 것은 단 하나.

빛.

그녀는―.

내가 만난 그녀는 나의 빛이었다.


 

 

 

 

 

 

 

 

 

 

 

 

 

첨부파일 클라나드_ost___空に光ゐ-nohtmdghks.wma

 

 

결말은 자유롭게 상상해주세요~.

하우-. 엔딩을 너무 힘들게 올려서 진이 다 빠지네요..

그래도 올릴 수 있어서 다행 ㅠㅠ...

이제 리메이크까지 고우!

 

지금까지 나르실리온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후속작 계획은 현재 엄청나게 미뤄진 상태입니다. 리메이크가 꽤 파격적으로? 중간부분이 추가되기 때문에

[여행부분이 추가됩니다. 슈렌/케인/로실/세릴 ,아벨시아는 생각중. -은근히 아저씨 캐릭도 좋기 때문에../]

후속작이 어찌될지 몰라서 일단 미뤄둔 상태입니다!

아무튼, 정말 도움주신 분들께 너무나도 감사드리고요.... 리메이크로 언젠간 다시 찾아뵙........./어이!

 

 

 

 

 

/엔딩을 조금 길게 수정했습니다.만. 아직 짧군요.. 어이고..ㅠㅠㅠ 지하철에서 써본건데.. 으.. 쳇../

후속작에서 나올 등장인물이 잠깐 게스트로 나왔습니다. 실리는 네드발백작님의 원의 주인공...........이름으로,

생김새나 성격만 배껴왔습니다. [허락받았어요!! ㅠ] 에렌은..................... 우후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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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Herb | 작성시간 09.02.24 140편까지 보고 연습소설방가서 보다가 다시왔더니 이게있네요 2월10일이면 내가보기전에 있엇던건데?.. 140편 너무 재미잇어서 3일많에 읽엇...
  • 답댓글 작성자히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2.24 헐.. 정말 감사합니다! 엄청 부족한데.. 리메이크 나오면 쪽지 드리겠습니다! [리플 달아주신분껜 글이 올라오면 쪽지로 알려드리거든요..]
  • 답댓글 작성자Herb | 작성시간 09.02.25 빨리나오길 ㅎ
  • 작성자[아노마라드]진일진문자 | 작성시간 09.03.04 아이디를 바꾸신건가요 ㅇㅅ ㅇ;; 어쨋든간에 리메이크 나오길기대하겟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히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3.05 일본어라 못읽으시는 분도 있어서.. 간단하게 바꿔버렸습니다 ㅇㅅㅇ.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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